北, 軍인사 ‘포스트 김정일’ 준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방장관격인 인민무력부장에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합참의장격인 총참모장에 리영호 평양방어사령관을 기용하는 ‘깜짝’ 군인사를 단행한 것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군의 운용을 책임지는 두 자리를 한꺼번에 바꾼 것에 대해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달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내부 권력정비, 즉 ‘포스트 김정일’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특히 김영춘 신임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번째 부인이자 세 아들중 정철, 정운의 생모인 고영희씨가 살아있을 때 ‘고영희 라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측근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셋째인 정운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끈다.

김영춘은 당시 리제강 리용철 박재경 노동당 부부장 등과 함께 정철.정운 형제를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군부대 내에서 고영희씨를 ‘평양 어머니’로 부르게 하는 등의 우상화 작업을 벌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2004년 11월 쿠바를 방문했던 김영춘은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같은 해 4월 사망한 고씨를 ‘평양 어머니’라고 찬양하면서 마치 생존해 있는 듯이 말해 대사관 직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고영희씨의 차남인 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된 상황에서 북한 권력의 원천인 군부에 후계자와 가장 가까운 김영춘을 임명함으로써 원활하고 안정적인 후계 환경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올해 73세인 김영춘이 군부내에서 노회한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김정일 위원장이 기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춘은 사실 이미 군부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가장 큰 신임을 받는 인물이며, 리영호 신임 총참모장도 최근 김 위원장의 각종 공개활동에 현철해 리명수 대장 등과 함께 수행할 정도로 신임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이 가장 신임하고 ‘충성’을 확신할 수 있는 인물들을 군부 핵심부에 심음으로써 권력누수를 최대한 막으면서 후계구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 군부 최고위직의 갑작스러운 인사가 최근 북한의 대남 군사 압박 및 대포동 2호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준비 움직임 등 한반도 정세불안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영춘은 6군단장을 거쳐 북한의 대포동 1호 시험발사 직후인 1998년 10월부터 2007년 4월까지 남한의 합참의장격인 총참모장을 지내면서 두 차례 서해교전을 치르는 등 ‘야전통’으로 알려졌다.

리영호 신임 총참모장 역시 구체적인 경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작전국에서 오래 일한 ‘작전통’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근 남북간 군사긴장 해소관련 합의의 무효화와 남북기본합의서 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조항 파기를 선언하고 서해상에서 도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운용을 총괄하는 두 직책인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을 ‘야전통’이나 ‘작전통’으로 알려진 인물로 바꾼 것은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거나 그러한 해석을 낳음으로써 대남 압박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전임 김격식 총참모장은 한때 퇴역했다가 다시 총참모장에 올라 지도력에 의문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번 인사를 통해 ‘전열 갖추기’를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사실이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심각한 분석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북한은 이번에 군인사를 발표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직도 겸하고 있음을 밝혔고, 특히 종래처럼 북한 언론매체의 호칭 보도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국방위와 당 중앙군사위의 결정 형식으로 공식 발표한 것은 북한내 정책결정 과정의 제도화를 은연중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인민무력부장을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장’이라고 호칭함으로써 인민무력부가 국방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것을 넘어서 조직 편제 자체가 국방위 산하에 인민무력부가 존재함을 명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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