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외교 수립후 핵 해체”

▲ 지난 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셀리그 해리슨
선임연구원 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사진:연합>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한 후에나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미국의 한 북한문제 전문가가 9일 밝혔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닷새간 북한을 방문하고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6자회담 복귀조건과 관련, 대폭적인 정책변화를 단행했으며 이 변화 가운데는 미국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에나 핵무기를 해체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한 것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최근의 북한 방문중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만나는 과정에서 언급됐다고 전했다.

김 상임위원장 등 북한의 최고위급 관리들은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로 북한을 지목한 것에 대해 사과하거나 또다른 “존중의 제스처(gesture of respect)”를 보여주지 않으면 6자 회담에 결코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해리슨 연구원은 말했다.

북한은 그러나 6자 회담 및 북-미 양자 회담과 연계해 영변의 5메가와트(MW)급 원자로의 활동을 포함해 현 수준에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용의가 있었다고 해리슨 연구원은 밝혔다.

그는 북한 관리들은 미국이 수교에 합의하기 전까지 북한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현 수준에서의 핵 동결이 전부라는 입장이었다면서 북한의 핵 포기시점이 북-미 수교 후가 될 것이라는 북한측 주장을 전했다.

그는 이와 관련, 미국이 경제적인 인센티브 및 원조를 제공해 줌으로써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단계적 접근방식은 이미 그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핵 동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향후 2개월에 걸쳐 영변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봉을 꺼내 6개의 핵폭탄(nuclear bombs)을 더 만들 만큼의 플로토늄을 재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6자 회담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이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얼마간(some)의 핵무기(weapons)를 보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제재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인 리찬복 상장(중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보복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는 전쟁의 시작이 될 것이며, 북한은 미 본토를 포함해 미국을 공격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리 상장이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는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와 미국과의 협상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것에 실망을 느낀 군부내 강경파가 점점 득세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이번 북한 방문에서 김영남 위원장을 비롯해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과도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날 베이징발로 김계관 부상이 해리슨 연구원에게 핵 물질을 테러조직 등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부상은 핵 물질을 다른 곳으로 넘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 우리를 코너로 내몰 경우에도” 이전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

김 부상은 이와 관련, “미국은 우리가 핵무기를 테러리스트들에게 넘길 위험성과 우리가 그럴 능력을 갖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핵무기 제조를 막기엔 너무 늦었지만 핵 확산 예방을 위한 신뢰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기엔 그렇게 늦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김 부상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피하고 싶어하는 시나리오인 북한의 핵 확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미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소의 아시아 프로젝트 책임자이기도 한 해리슨 연구원은 지난 72년 이래 북한을 모두 9차례 방문하는 등 북한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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