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신고, ‘판도라 상자’될 수도…

6자회담의 최대 난제로 떠 오른 북핵 신고 문제와 관련, 북한이 2002년 일본인 납북자 건에 이어 또 한번 `고백외교’를 시도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듯한 형국이다.

외교가는 북미관계의 진전상황에 비춰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보유 의혹, 대(對) 시리아 핵확산 의혹 등이 미측의 근거없는 음해는 아닐 것이라는 전제 하에, 북한이 고백했을 때의 득실, 파장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성실 신고를 촉구하는 친서를 보낸 이후 북한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고백 외교’는 북측이 2002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 사이에 이뤄진 `평양선언’을 계기로 일본인 납북을 시인한 이후 북한 외교의 한 양태로 분류됐다.

하지만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해 감정 결과를 놓고 북.일이 충돌했고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북 여론이 악화되는 등 `고백외교’의 결과는 참담했다.

그런 만큼 북한은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이 요구하는 대로 의혹을 시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등은 최소한 북의 UEP 추진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키 어려울 정도의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 문제를 넘어서지 않고는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딜레마인 것이다.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이 UEP 문제와 대 시리아 핵확산 의혹을 시인했다가 자칫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격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UEP의 존재를 시인하면 검증이 수반되어야 하고 또 시인한 내용 이상을 추가로 시인하라고 미국 등이 요구할 경우 입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은 우려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비록 미측이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의혹으로 명명했다가 최근 UEP란 표현으로 전환,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무관한 용도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다고 해명할 여지를 열어 줬지만 북측 입장에서는 시인했다가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미국내 강경파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대 시리아 핵확산 의혹은 북한으로서 2.13 합의때 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을 이슈라는 점에서 고민이 더 깊을 것”이라면서 “대 시리아 핵기술 이전 등을 시인할 경우 유대인 계열을 등에 업은 미국내 일부 강경파들이 6자회담 판을 깨려 할 수 있다는 점을 북은 우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시리아 의혹은 시인할 경우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국가들 간 일촉즉발의 갈등 국면 속에서 실체 이상으로 증폭될 수 있다는 점과 기타 미사일 수출 및 기술 이전에 대한 문제제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음을 북한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일각에서는 이란 핵 의혹과 전쟁의 명분이 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 등에 대한 미측 주장이 사실과 달랐던 경우가 최근 잇따랐다는 점에서 대 시리아 핵확산 의혹 역시 근거가 불충분한 것일 수 있다는 시각을 내 놓고 있다. .

한편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12.3~5),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12.5), 이번 주 있을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 등 경로로 각국이 북한에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신고와 관련한 이 같은 고민이 길어질 가능성을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즉 연내 핵프로그램 신고를 마무리한다는 6자회담 10.3 합의가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한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핵화의 동력만 잃지 않는다면 신고 시한을 넘어서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고의 내용과 수위와 관련, 6자가 다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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