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지원제안 거부..뭘 시사하나

“남(南)이 반 발짝 다가서니 북(北)은 되려 반 발짝 물러선 형국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 5월 이후 두차례 `북의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원칙에서 유연성을 발휘, 옥수수 5만t 지원을 위한 접촉을 제안한데 대해 북측이 지난 주 “(옥수수 5만t을) 받지 않겠다”며 명시적 거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이 같이 촌평했다.

북한의 이번 반응은 북핵 문제의 진전 속에 식량 3만8천t을 선적한 미국 선박이 지난달 29일 북한에 도착한 때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단기간내 남북관계 정상화가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 등 외부세계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남북관계 공백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기조를 공식화한 신호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대북지원을 매개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남 측이 수십만t 규모의 식량을 제안할 경우 북의 반응은 다를 것이란 예상도 없지는 않다.

북한이 남측과의 당국간 관계 단절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민간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매개로 대남 압박을 가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북한은 6월22일 개성공단.금강산 `3통(통행.통신.통관)’ 관련 합의 미이행과 군 통신 관련 장비 제공 지연을 문제삼는 담화를 내더니 24일부로 개성공단 통행 시간을 단축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일련의 대남 태도를 감안, 북이 미.일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살길을 도모한다는 기조 하에 당분간 대남 관계 측면에서는 비핵.개방 3000이 상징하는 대북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압박 쪽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 미국.일본을 통한 `살길 찾기’가 한계에 봉착하기 전에는 웬만해선 대남 관계 개선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 연구원은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의 대화에 주력하면서 대미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낸 뒤 그 이후에 남북대화를 하려는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도 올 하반기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북미관계 진전이 정체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남측과의 관계 복원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북은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경계 차원이라기 보다는 심각한 대남 불신 속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6.15, 10.4 선언 이행 약속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방안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부터 정치적 측면에서 두 선언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하기 쉽지 않은데다 북한으로서도 두 선언에 대한 이행 약속만 하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대화를 위한 기본 조건 차원에서 6.15, 10.4 선언 이행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단기간 내에 정상화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직시하는 한편 향후 대화의 모멘텀이 생길 때를 대비, 남북간 신뢰를 조성하고 대북정책 추진을 위한 국내적 토양을 다지는 노력을 해야할 때라는 지적을 내 놓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는 “정부가 불필요하게 북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는 한편 인도적 대북지원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전체 국민여론을 아우를 수 있는 대북정책의 키워드를 찾는 노력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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