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압박 다음 카드 뭘까

개성공단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근무하는 남한 정부의 인원을 철수시키는 행동으로 본격적인 대남압박에 나선 북한은 남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며,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남북관계 사안들도 핵문제에 연계하며 북한의 행태변화를 압박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다 개성공단 2단계 확장과 핵문제를 연계시키는 김하중 통일장관의 발언을 구실로 곧바로 이명박 정부의 연계전략을 행동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경협사무소는 대북사업에 나서는 사업자들의 대북교섭을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민간분야 인원들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북한의 철수 조치가 현 수준의 개성공단 운영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 북한의 행동양식에 비춰, 북한은 이번 조치에 대한 남측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있다”고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전망하고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압박카드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당국간 대화의 단절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로 미뤄 북한이 남측에 비료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은 더욱 작아졌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이산가족 상봉의 지연이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0년간 대북 비료지원은 이산가족 상봉과 사실상 연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료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대신 올해 이산가족의 상봉을 무기한 늦추거나 중단함으로써 남측을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오는 8월로 예정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준공과 본격적인 가동도 늦춰지면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북한이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을 늦추게되면 새 정부가 중요한 과제로 삼고있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하중 통일장관을 대남공세의 주 타깃으로 삼은 점이다.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의 확대와 핵문제를 연계한 것이 새 정부 들어 김 장관이 처음이 아님에도 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음으로써 김 장관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의 발언을 문제삼아 대남압박의 수위를 올리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다가 남북관계의 재개 조건으로 당사자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김 장관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김 장관이 통일장관으로 있는 상황에선 당국간 회담에 나오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큼을 말해준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놓고 비난하기 어려운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하중 장관을 타깃으로 삼아 앞으로 남북관계를 조절하려 할 것”이라며 “작년 각급 당국간 회담에서 합의한 대화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남측의 대응조치를 봐가면서 조금씩 압박조치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관계의 경색이 1년 넘게 장기화되면 나중에 푸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가 이렇게 경색되는 상황에서 북측의 대남 불만이 5∼6월의 서해상 꽃게철과 맞물리면 남북간 국지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민간 경제협력 사업은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민간급 기구인 ‘관리위원회’의 상주인원의 철수를 요구한 게 아니라, 당국간 기구인 경협협의사무소의 정부 인원에 대해서만 철수를 요구한 것이 민간분야 경협사업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개성 시범관광,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 입주기업 활동 등 민간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선 종래와 마찬가지로 계속 협조하고 있다는 전문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이 이번에 개성공단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김하중 장관의 발언에 불만을 표출한 것은, 역으로 북측이 경협사업의 확대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당장 민간급 협력사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당국간 관계가 악화될 경우 백두산 관광사업이나 안변 조선단지 건설 등 민간기업의 대북진출 의사에도 불구하고 당국간 협력을 통한 기반 구축이 필요한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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