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궁지 몰린 통일부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해온 우리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지만 그 중에서도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해오던 통일부로서는 그동안의 대화 노력이 성과가 없었음을 의미하는 북한의 핵실험을 누구보다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대북 포용정책의 부분 수정까지 검토되는 상황에 이르자 이를 현장에서 실천해 온 통일부로서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일부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대북 포용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북한과의 각종 협력 사업을 총괄해 온 통일부의 역할은 그만큼 축소될 수 밖에 없고 그 내용의 변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일부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발전의 가장 큰 성과이자 상징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마저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외풍에 시달리게 되는 견디기 힘든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핵실험 이전에도 상당히 궁지에 몰려있는 형국이었다.

북한이 지난 7월 5일 미사일을 발사한 뒤 정부 내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그 달 중순 남북장관급회담을 개최했지만 북측의 ‘선군’ 발언 속에 성과없이 조기종결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또 쌀과 비료의 지원 중단에 북측이 반발, 이산가족 화상상봉 행사가 취소되고 당국 간 대화도 중단되면서 통일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 때문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른바 ‘대북 중대제안’ 등 지난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난항을 겪을 때 남북관계를 통해 숨통을 터주던 역할을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이와 동시에 통일정책 수장인 이종석(李鍾奭) 장관도 핵실험 이후 후폭풍의 영향권에 든 모습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종석 통일 장관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통로”라고 힘을 실어주는 등 탄탄해 보이던 이 장관의 입지가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열린 국회 통외통위 전체회의와 긴급 현안질문에서는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 장관은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다. 상황을 정리해가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원론적 입장으로 보이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 물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그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 버렸다”면서 “이번 일로 통일부의 위상이 추락하지나 않을 지 걱정”이라며 우려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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