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90년대 이후 ‘非사회주의 생활’ 만연”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이후 계층을 불문하고 생존을 위한 다양한 ‘비사회주의 행동’이 만연해진 상태로, 북한 주민들은 지배질서와 사회적 모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도, 단순히 순응하지 않는 ‘일상의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조정아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탈북자를 심층면접 분석한 ‘북한주민의 일상생활’이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시기에 국가권력의 지배에 대한 주민들의 대응은 저항보다는 동의와 순응이었지만 식량난 이후 주민들의 생활 방식의 변화 등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변화된 북한 주민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 “(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주민들은 직장일에 충실한 대신 근무시간을 유용하면서 개인 장사에 몰두한다거나, 관계망과 뇌물을 활용한 비법행위를 통해 부(富)를 축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믿을 수 있는 친지들끼리 모여서 정치적 불만을 토로한다거나, 단속 대상인 남한의 대중문화를 비밀리에 향유하는 등 자신들 나름의 방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주민들이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회적 일탈행위들은 국가가 담보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생계 보조와 고용 창출, 심리적 불만 해소 등의 사회적 기능을 하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일정한 한계 내에서 묵인하거나 허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이러한 현상이 확산되어 체제 전복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통제와 제도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생존위협 지속 ▲일상생활의 시장적 요소 영향력 증대 ▲외부 정보 유입 확대 등은 주민과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 당국이 사회경제적 난국 타개를 위한 정책 전환 없이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기치로 한 체제 결속과 내부 동원을 전면에 내세운 2009년은 북한 주민 일상의 이중성과 이를 조절하려는 북한당국의 정책적 의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부딪히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위원은 경제난 이후 자생적 시장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계층별, 직업별로 상이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노동계층의 생활은 ‘생존’, ‘일당’, ‘비법’, ‘브로커’란 단어로 설명했다.

노동계층은 전력과 자재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구조화되면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의 노동 대신에 장사, 가내작업, 일당노동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다양한 주변직업이 생겨나 비공식적 생존시스템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이다.

지식인계층은 여가시간이나 노동시간의 일부분을 활용해서 시장과 연계된 부업을 하거나, 학부모나 환자 등 직업상 연계되는 사람들로부터 물질적 도움을 얻는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부업’, ‘관계망’, ‘지식 판매’, ‘비법과 뇌물’, ‘공동생산’ 등으로 지식인계층의 생활을 설명했다.

또, 권력엘리트계층의 일상생활은 ‘제도기생’이라며 소속기관, 기업소, 소속 단위의 능력에 따라 ‘자력갱생’하는 제도에 기생하여 불법적인 생계벌이를 하고 있는 동시에 체제의 모순에 대해 인식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난의 행군 초기 생존 모색과정에서 출현한 신흥상인계층은 7·1 조치 등 일련의 시장 허용 정책으로 ‘경제적 시민권’을 얻은 계층으로 북한 당국의 시장 허용의 내용과 범위를 수시로 조정하고 있어 ‘경쟁’, ‘범죄’, ‘뇌물’, ‘규칙 변화’ 등의 이들의 일상생활의 변화를 설명했다.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계층인 북한 여성은 ‘부양’, ‘출혈노동’, ‘여권’, ‘자립’, ‘성(性)차별’, ‘독신 이혼 등 홀로서기’ 등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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