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22명 북송..석연찮은 설명에 꼬리무는 의혹

설 연휴기간인 지난 8일 북한 주민 22명이 남측으로 표류했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북송된 사건을 둘러싸고 석연찮은 대목이 꼬리를 물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이 표류중인 북한 주민들을 발견했을 때 북측이 남측에 선박 조난 통보와 함께 송환 요청을 한 사실이 19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각에서 당일 북송 결정이 북측 요구와 관련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처리한 정보당국이 처음부터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음으로써 의혹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북 송환요청, 북송 결정에 영향줬나 = 북측이 함정 간 국제상선통신망(핫라인)을 통해 선박 조난을 통보하면서 `북으로 돌려보낼 것’을 요청한 것이 북한 주민들의 송환 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 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북측의 입장만 고려, 송환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국이 북한 주민 22명을 발견하고 이들을 인천으로 데려온 후 합동심문조가 이들의 귀순여부를 몇시간 만에 조사한 후 당일 저녁 판문점으로 `급하게’ 돌려보낸 정황도 이같은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관계자는 “북송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본인들의 의사이며 북측의 송환요청은 고려사항이 아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북측의 송환 요청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며 남북 간에 조난 선박이 발생할 때 통상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송환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한 송환 요청 이외에 군 유선통신망이나 판문점 연락관 등 다른 남북 간 채널로는 송환요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건에 북 측의 `특별한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측에서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연락한 것은 없다”면서 “다만 북한 주민 송환결정이 난 후 남측에서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송환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 제한된 설명..의혹 재생산 = 국정원은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의혹이 제기될 때 마다 “정보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 “매뉴얼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정원은 지난 16일 내놓은 이번 사건 보도자료에서 북한 주민들의 `표류’ 경위와 발견당시 상황, 정부의 송환 결정 배경 등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지만 북측의 송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은 생략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탄 고무보트가 발견된 시각은 8일 오전 5시10분께였으며 북한 측의 조난통보 및 송환요청은 3시간 여가 지난 오전 8시20분께 이뤄졌다. 주민들에 대한 심문 중 송환 요청이 접수돼 조사 과정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주민 해상표류사건이 발생할 경우 우선 대공용의점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보안유지 하에 관계기관 합동으로 조사하며 본인이 귀환의사 표명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신속 송환하고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다만 관련 내용을 언론이 입수해 문의해오면 사실관계 중심으로 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보사항이라서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없으며 언론에 문의해온 내용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라며 누락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속성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오히려 불필요한 의혹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언론을 통해 사건이 공개됐고 사실관계에 따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는 사안을 놓고 `정보사항’ 운운하면서 `입맛에 맞는’ 정보 만 공개한 것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이런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내용을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남북관계의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보 소식통은 “일각에서 북한 주민들을 분리 심문했는지, 심문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 부분을 모두 밝힐 경우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기법 등이 공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