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왜 3대세습, 3남 택했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국 3대 세습을 택하고, 후계자로는 셋째 아들을 낙점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세습하면 국제사회의 웃음꺼리가 된다”며 3대 세습을 외면해 왔다. `레임 덕’ 우려도 있었고, 3대 세습이 이뤄질 경우 자신이 세습 덕분이 아니라 능력 덕분에 아버지의 후계자로 선정됐다는 정당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해 왔다는 것이 정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번에 세습 후계자로 내정된 정운의 생모(김정일 3번째 부인) 고영희(2004년 사망)씨가 유선암 재발 후 오래 살지 못함을 직감하고 자신의 생전에 정운을 후계자로 확정지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김 위원장이 끝내 외면했던 점도 세습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당초 생각을 방증한다.

그는 1998년께 군부 측근들이 고씨와 손잡고 정운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고씨를 `평양 어머니’로 지칭한 강연을 군부대를 중심으로 가진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고 불같이 화를 내며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 권력층에선 후계 문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였는데 이달초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후계자 결정 교시에 매우 놀랐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이 당초의 생각을 바꾸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4번째 부인 김옥씨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김 위원장 독단의 결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작년 8월 중순 뇌관련 질환으로 쓰러진 게 김 위원장에게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건강을 상당히 회복한 지난 11월 이래 비교적 활발한 외부활동을 하면서 국제사회와 북한 내부에서 확산된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고 있으나, 이는 건강 관리 차원의 의미가 크고 정신.심리적으로는 상당히 노쇠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적 노쇠와 불안감이 자신의 후계자를 정하지 않을 경우 자칫 생전의 `업적’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물론 정권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키워 결국 ‘김일성 왕국’을 지키기 위해 세습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세 아들중 올해 겨우 25세에 불과한 삼남 정운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에 대해선, 정보 소식통들 사이에선 만약 김 위원장이 아들중 하나를 후계자로 정할 경우 정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어왔다.

정운은 나이가 어리다는 점만 빼면 김 위원장의 마음에 가장 드는 아들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어릴 때부터 막내 아들인 정운을 남달리 사랑한 점을 제쳐두고라도, 정운이 성격적으로 자신을 그대로 빼닮아 “권력자로서 성품에 손색이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선군정치’와 `업적’을 그대로 이을 수 있는 재목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는 자서전에서 “김정일은 정철을 `성격이 여자 같아서 안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철 왕자에 대해 자주 나쁜 평가를 내렸다”고 증언하면서 평소 파티장에서도 항상 정운이 정철을 제치고 김 위원장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고 전했다.

정철은 실제 심성이 착하고 부드러우며 정치적 야심도 없어 세력 구축 같은 것에도 무관심했고, 특히 `여성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병을 앓는 데다 농구하다 다친 다리 치료 과정에서 마약에 중독된 점 등으로 인해 심신 양면에서 김 위원장에 의해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장남 정남의 경우 김 위원장은 “서방 자본주의에 완전히 물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정남 스스로도 권력에 관심이 없고 세습에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세습에서 중시하는 `정통성’ 면에서, 정남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김정일 위원장과 동거한 성혜림씨를 어머니로 뒀다는 점도 불리하다. 성혜림씨가 살아있을 때도 정운의 어머니 고영희씨가 북한의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였다.

후계자 선정 때 정남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부장의 관여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후계 결정은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몫이라는 게 이번에 재확인된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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