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조연설 요지 전문가 반응

국내 전문가들은 제5차 6자회담 2단계회의 첫날인 18일 북한의 기조연설에 대해 기존의 모든 요구사항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핵군축 회담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미국과 협상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표현으로, 향후 회담에 난관을 조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과 미국 양측이 모두 6자회담에서 일정한 성과를 바라고 있으며 입장 조율에 나설 자세가 돼 있다며 완전한 교착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 기간 핵무기 추가 보유라는 목적을 실현하고 있다면서 회담이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왔다.

북한의 기조연설 요지에 대한 전문가 반응을 정리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 = 북한이 6자회담 첫 날 요구사항을 모두 펼쳐보인 것이다. 일단 강경하게 시작하지만 진짜 의도는 하루 이틀이 더 지나봐야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금융제재 해제를 꼭 얻어내려는 것 같다. 이 문제에 진전이 있으면 다른 문제를 논의할 여지가 생긴다. 결국 관건은 금융제재 문제다.

핵군축 회담 요구는 실제 성사되기 어렵고 북한도 이를 알고 있다.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전술로 봐야 한다. 핵군축 회담 요구는 이후 회담에서도 고수할 것이다. 핵포기는 금융제재 해제, 체제보장 등 대미 정책목표와 맞물려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과 협상 여지를 이어나갈 것이다. 미국이 어느 정도 융통성을 보이고 북.미 입장 접근을 이룬 뒤 후속회담 일정을 잡으면 최선의 시나리오가 된다.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도 큰 성과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 군축회담이라는 표현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다. 회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표현으로, 핵무기를 보유했으니 협상 과정에서 ‘완벽한 조건’을 달라는 것이다. 미국을 향해 주고받기에서 큰 폭으로 보상할 것을 각오하라는 의도를 담았다.

(북한의 요구사항에서) 전체적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 말 그대로 핵무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억제력을 강화하겠지만 일정한 조건이 마련되면 폐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 날 회담에 임하는 자세와 요구조건을 내놓는 것이다. 핵무기는 협상용과 억제용의 양면이 있다.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북제재를 풀 수도,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이뤄낼 수도 없으며 생존전략 자체를 세울 수 없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 요구치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임할 전망이다.

미국은 ‘포괄적 주고받기’로 접근법에서 변화를 보이고 북한 역시 유엔 안보리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해결하는 전제에서 주고받기를 받아들일 자세다. 지난 1년 간 핵실험과 안보리 제재로 북.미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양측 모두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갖고 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원칙적인 얘기를 했다. 그러나 ‘핵포기 논의’를 언급한 것 자체는 고무적이다. 미국이 이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쳐주느냐가 관건이다. 카드를 내놨으니 앞으로 논의하는 일이 남았다.

북한과 미국 양측 모두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핵 카드로 경제.안보 보상을 받아야 하고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로 북한은 물론 이란 핵문제까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회담 전망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물밑 접촉을 통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 동시행동 반경을 확인하고 협상에 임할 것이다. 미국은 BDA의 합법적인 부분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였고, 북한은 중국의 압력에 따라 먼저 회담을 하자고 나왔다.

북한은 핵포기를 하지 않으면 얻을 게 하나도 없고 포기하면 공동성명에서 나온 인센티브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올 오어 낱씽(all or nothing)’이다. 한.미.일이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 북한을 흔들어(설득해) 따라오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6자회담에 나오는 북한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해 굳히려는 의도,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한 협상지위 격상이다. 북한이 표면에 내세우는 금융제재, 유엔 제재 해제 요구는 디코이(유인장치), 허위 어젠다에 불과하다. 핵무기 추가 개발을 위한 시간끌기용인 셈이다. 결국 미국과 당당하게 핵 협상하자,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의도다.

6자회담 통해 실질적인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BDA 해제 요구를 보고 북한이 금융제재나 유엔 제재로 궁핍한 입장이라거나, 시간은 국제사회 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시간은 북한 편이다.

북한이 최우선 순위에 놓는 것은 핵군사력 증강이다. 언젠가 미국과 ‘패키지 빅딜’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가시권이 아니고, 당장은 핵무기를 만들어 협상지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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