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대남관계 전면에 나서

북한의 군부가 완연하게 대남관계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6일 북한 김영철 중장이 국방위원회 정책실장 자격으로 군부 조사단 6명을 이끌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입주업체와 기반시설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였으며 조사 과정에서 “철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등의 대남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금강산 지역에 체류하던 남측 인원에 대한 추방조치를 발표한 것도 북한군 금강산 지구 군부대 대변인이었으며, 지난 3월 남측 당국자의 군사분계선 통과 전면 차단조치도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밝혔다.

특히 금강산과 개성지역은 모두 북한에서 최전방 군사요충지라는 점에서 북한 군부의 입김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 사이에 열린 두 차례 당국간 회담도 모두 북한군이 주도하는 군사실무회담과 군사실무자회담이었다.

군부가 남북관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은 경색국면이 이어지면서 화해와 교류보다는 강경쪽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4월 방북한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경의선과 동해선의 조속한 연결을 거듭 설득하자 리명수 북한군 작전국장을 불러 직접 지시하면서도 “군부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농담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에 대한 자신의 장악력을 과시하는 일종의 반어법이면서도 군부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에서 현재와 같은 대립구도가 지속.악화될 경우 ‘벼랑끝 전술’에 익숙한 북한이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에서 언급한 ‘남북관계 차단’과 같은 “중대 결단”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 시점 북한에서 강경한 대남정책 흐름을 제어할 만한 세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경선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이후 대통령 취임 한달여인 올해 3월말까지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중단한 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합의된 남북간 합의가 이행되기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가 실현되지 않자 대남 실무책임자들을 ‘판단 착오’의 책임을 물어 대거 경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장관급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문책당하는 등 대남관련 조직 대부분에서 큰 폭의 교체가 이뤄졌다는 전문이다.

최근 방북한 남측 인사들을 만난 북측 대남 관계자들은 “우리는 힘이 없다”, “우리 손을 떠난 문제”, “이제 최종 결심은 군부를 포함한 윗선에서 할 부분”이라는 투로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에서 남북간 협상과 교류협력이 활발하면 대남기구에 힘이 실리겠지만 현재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국면에서는 이들 기구가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며 “남북관계에 전환적인 계기가 생기기 않는다면 북한에서 군부가 남북관계와 대남정책을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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