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문화외교-식량외교로 접점 넓힌다

북한의 수해를 계기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재개 방침을 공식발표함으로써, 2.13 핵 합의의 1단계 이행을 전후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북미관계의 개선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미국의 식량지원 발표는 특히 그 바로 직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연합뉴스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일부 언론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선택했다”는 간단명료한 말로 밝힌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과 북미관계정상화’의 의지를 거듭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식량지원 성명을 8월31일 오후8시(워싱턴 시각)께 이메일로 배포함으로써 9월1-2일의 제네바 북미관계정상화 실무회의의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점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동국대 북한학과의 고유환 교수는 1일 “작년 10월 핵실험을 통해 카드를 모두 드러낸 북한과 임기 종료를 앞두고 핵 확산 저지라는 외교적 성과를 얻으려는 부시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2.13합의 이행이 본격화되면서 부시 행정부가 북미 관계정상화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부시 대통령의 “임기내 북핵문제 해결 가능” 발언에 이은 국무부의 식량지원 재개 성명은 “미국의 정치적 의지를 다시 한번 나타낸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식량외교 = 미 국무부의 성명 내용은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수해로 인한 인명 피해에 “미국은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 당국을 일절 거론하지 않고, 피해를 겪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 것이긴 하지만 북한의 수해 이후 북한에 대한 가장 성의있는 직접적인 위로의 표현이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잇단 홍수로 극심한 인도주의적 재난에 처해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미국이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다”라는 지난 14일의 숀 매코맥 대변인의 건조한 브리핑과 다르다.

성명은 “부시 대통령이 말했듯이” 미국민은 북한 주민들을 염려하고 있다고 밝혀 부시 대통령의 뜻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성명은 이어 북한의 식량부족이 1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8월 홍수로 이미 절박한 북한 주민들의 사정이 더 악화됐다”고 지적해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상당량의 식량지원 패키지”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이번 지원이 대규모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식량배분의 적절한 감시 문제를 포함해 지원규모와 방식 등을 북한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형식상으론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실질적으론 북미 양자간 직접 지원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호응하고 나설 경우 북미 양자간 ’인도주의’ 대화채널이 또 하나 마련되는 셈이다.

식량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미 정부측과 종종 접촉하고 있는 ’좋은벗들’ 이사장 법륜 스님은 “미국이 지난해 겨울부터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할 용의가 있었으나 미 국내법상의 모니터링 문제가 걸렸다”며 그 문제에 대해 “북.미간 비공식 타진이 어느정도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은 2005년 WFP를 통해 북한에 5만t의 식량을 지원키로 하고 6월 절반을 보낸 후 WFP의 북한내 분배감시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나머지 절반의 지원을 중단했었다.

미국은 식량지원이 인도주의적인 차원이라며 정치적 측면을 부인하고 있으나, 2005년 식량을 지원할 때는 9.19 공동성명을 낳은 제3차 북핵 6자회담의 분위기 조성용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그후 중단은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한 대북 금융제재가 본격화돼 북.미관계가 경색되는 국면과 맞물렸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이번 식량지원은 북.미 양자간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북핵 6자회담 틀에서 논의되는 중유 100만t 분의 대북 지원 분담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외교 = 2.13 합의의 1단계 이행 국면에서 북한과 미국간 문화.체육교류의 재개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북미간 관계개선 움직임에 따라 문화.체육교류가 이뤄졌으나 부시 행정부 들어 북미간 이러한 교류는 완전 중단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북.미간 합의 하에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이 추진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북한의 조선태권도위원회 소속 시범단 20여명이 10월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미국 5개 지역에서 시범공연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간 관계정상화의 물꼬를 튼 ’핑퐁 외교’를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유환 교수는 “2.13합의가 도출되기 직전인 올해 1월 베를린에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접촉해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린 것 같다”며 “그에 따라 힐 차관보의 방북, 문화.예술 교류, 식량지원 의사 표명 등의 가시적 움직임이 나오는 듯 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5년 1월과 9월 방북했던 톰 랜토스 미 하원의원 일행에게 북미간 문화.체육 교류가 전무한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랜토스 의원이 당시 미국으로 돌아와 밝혔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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