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선언 한달…입장 여전하나

지난달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무기한 불참과 핵무기 보유를 전격 선언한 북한은 한달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2.10성명의 배경을 설명하고 6자회담 재개 조건 및 명분을 구체화하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 접견(2.21), 외무성 비망록 발표(3.2),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의 남한 일간지와 인터뷰,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분석기사(3.7)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 북한은 2.10성명에서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며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최종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왕자루이 부장에게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화되고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공정하게 해결될 경우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고 한반도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고 북ㆍ미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무성 비망록은 “정당방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고 또 만드는 것은 너무 응당한 것”이라며 “미국의 본심이 뻔한데 우리가 품들여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그저 내놓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6자회담 참가 원칙론 견지= 북한은 2.10성명에서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될 때까지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자회담을 아예 외면한 것은 아니며 조건과 명분이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참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왕자루이 부장에게 “우리는 6자회담을 반대한 적도 없으며 회담의 성공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탁(회담 테이블)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비망록도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해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한다면 어느 때든 회담에 나갈 것”이라며 밝혔다.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는 지난달 17일 남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2.10성명이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미국이 상호 공존 및 내정 불간섭을 약속하고 회담의 실질적 결과를 보장한다면 6자회담 등 어떤 형태의 대화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요구= 2.10성명을 통해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 철회라는 기존의 주장을 재차 촉구했지만 이후 회담 재개 조건과 명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위원장은 왕자루이 부장에게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미국이 ’폭정의 종식’ 발언을 사과.취소하며 적대정책 철회와 북한과 공존의지를 공식 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망록은 “미국이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이 발언을 취소해야 하며 우리의 제도 전복을 노린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올 정치적 의지를 명백히 밝히며 그를 실천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6자회담 참가 명분을 달라며 지난해 6월 제3차 6자회담에서 나온 합의, 즉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조치인 ’동결 대 보상’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신신보도 비망록을 분석하면서 “조선은 재개되는 회담이 3차회담의 연장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신보는 또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바란다면 다른 통로로 돌지 말고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정책 전환의 입장을 공개 표명하거나 북ㆍ미 뉴욕채널을 통해 공존 의사를 직접 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인 표명이 부담스럽다면 기존의 뉴욕 채널을 가동시켜 전달해도 된다는 뜻을 밝힌 것인데 미국의 적대정책 전환 의지 표명과 뉴욕채널 가동이라는 일석이조를 노린 셈이다.

▲대미 압박 병행=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북한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으며 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무성 비망록은 “미사일 발사 보유에 대해 그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며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미사일 문제를 끄집어 내면서 미국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집하면 또 다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조선신보는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치외교적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핵무기 보유국 조선은 꿈쩍도 안 할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보류에서 현재 그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는 비망록의 입장을 부각시켰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