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납북자 관련 대화에 ‘속도’

일본과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끈으로 협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갈수록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 특사는 12일 일본에 들러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에게 “북한이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일본과 북한간 대화에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납북자 문제와 핵 문제 때문에 외교관계가 단절돼 있는 일본과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루 앞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11일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방문가능성과 관련,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갈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방북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해 방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가 9월 16일 취임 이후 방북에 의욕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개발을 포기하고 민간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한 관계정상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북한에 납득할만한 ‘행동’을 요구해왔다.


따라서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고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가 비록 탐색전이라고는 하지만 “성과적”이었음을 감안하면 향후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물밑 협상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경제난 완화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 과거 북한은 만경봉호를 띄워 조총련 및 일본과의 무역으로 쏠쏠한 외화벌이를 했으나 지금은 외교관계 단절과 유엔 제재로 일본과의 무역이 끊긴 상태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가 시급하다. 민주당 정권은 8.30 총선 공약으로 자국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납치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연일 요구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선거 공약 실천을 위해 총리를 본부장으로 관방장관과 외상, 납치문제 담당상 등 4명의 각료가 이끄는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했던 민주당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도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과 한국, 유엔에 납북자 문제 해결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성과가 없자 중국을 통해 북한과 직접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11일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를 부각하기 위해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해 “정부로서 한시라도 빨리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진정성과 협상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패키지에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적 당근을 북한에 주기 위해서는 대북 무역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유엔의 협조도 필요하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자국민 19명이 북한으로 강제 납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2002년 9월과 2004년 5월 두차례 방북을 통해 귀국시킨 7명을 제외한 12명도 소재파악과 귀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