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합작제철소 계약성사 ‘막전막후’

지난달 25일 중국의 3대 철강회사로 꼽히는 탕산(唐山)철강그룹이 북한의 김책공업구에 제철소를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이 중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특히 이 소식은 남북 경제협력이 인프라 구축과 중공업 분야에서 아직 아이디어 수준의 합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철소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이어서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계약성사 과정에 관여했던 대풍국제투자그룹(이하 대풍그룹) 베이징(北京) 사무소 관계자는 1일 “탕산철강이 제철소 투자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대북 진출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인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탕산철강이 북한에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9월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대풍그룹이 창설된 직후부터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양측은 1년간 꾸준히 접촉을 진행해나갔다. 이런 가운데 계약 체결이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는 듯 했지만 막판에 변수가 등장했다. .

북한이 코크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해 코크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제철기술을 원했지만 탕산철강을 이런 기술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풍그룹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그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 굴지의 한 철강업체에 수차례 투자 의향을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답변이 없는 사이 탕산철강은 “5년 안에 최첨단 제철공업을 개발하겠다”는 옵션을 내걸어 결국 북한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탕산철강이 제철소 건립에 투입할 금액은 대략 10억달러(약9천100억원) 규모. 연산 150만t 규모의 제철소뿐 아니라 가동에 필요한 석탄화력발전소도 함께 지을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북한의 대외경협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대풍그룹의 실체에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풍그룹은 작년 9월2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당시 통신은 “조선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세계 각국의 투자가들을 망라하는 대풍국제투자그룹이 창설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대풍그룹의 역할에 대해 “평양에 조정사무소를 개설하고 투자 희망자와 국제금융기관들과 협력해 투자유치와 그 실현을 위한 실무적인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고만 소개했을 뿐 최근까지 역할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었다.

대풍그룹은 외형상 홍콩에 설립된 다국적 투자회사로 홍콩 출신의 구카이런(顧愷仁)이 총재(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대풍그룹은 실질적으로 북한의 군수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제2경제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김책공업구 개발을 위한 외자유치 업무에서 전권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풍그룹은 작년 10월 핵실험 직후 북미관계 개선을 미리 염두에 두고 뉴욕필하모니 평양 초청공연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올해 9월말에는 중국의 기업인들을 초청해 김책.단천에 대한 투자시찰을 조직한 바 있다.

대풍그룹 베이징 사무소 관계자는 “제철소 합작의 여세를 몰아 현재 중국과 미국, 세계은행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개발은행 설립을 위해 북한의 당.정 경제관료들이 중국 국책은행 관계자들과도 접촉을 가진 바 있으며, 김책이 아닌 다른 곳에도 중국의 개발구 제도를 본뜬 특구식 공업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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