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해군사령관, 박지원 NLL 발언에 “정말 답답하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8일 “NLL은 엄격히 말해 영토선이 아니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NLL이)영토선이라고 한다면 3·8선의 북쪽은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라는 가설이 성립된다”면서 “헌법에도 그렇게 규정이 되어있고 NLL은 1953년 미군 사령관 클라크 장군에 의해서 임의적으로 그어진 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은 수권정당·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권정당의 원내대표가 ‘안보 생명선’으로 인식돼온 NLL에 대한 수호 의지 없이 노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한 것은 대선용 표심을 겨냥한 발언일 뿐이라는 것이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0월 11일 북한을 방문한지 약 1주일 만인 청와대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NLL은)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으로 처음에는 우리 군대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며 “그 선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NLL수역을 우리 영해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NLL의 무력화 시도에 빌미를 제공해 결국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 “분단체제하에서 지상에는 비무장지대가 경계선이고, 해상은 북방한계선이 경계선”이라며 “헌법상에 영토조항인 한반도와 부속도서라는 개념에서 보면 만주와 북한과의 경계선만이 우리 영토선이 될 수 있는데, (박 원내대표의 주장은)형식논리로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한은 주권국가로 유엔에 동시 가입했고,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은 남북간의 해상과 지상의 경계선은 실질적인 영토선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고 하면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지난 4일 “이명박 정부에 의해 10·4 선언이 부정된 이후 NLL에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10·4 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현 정부를 비판했다. 문 후보는 서해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 평화수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후보의 이 같은 주장 역시 NLL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NLL 평화지대 자체가 분쟁지역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NLL상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해 놓으면 북한 도발의 새로운 루트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북한정권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서해상 남북 평화협력지대 구축은 의미가 없으며 안보상 위기만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만 전(前) 해군작전사령관은 “NLL은 남북한의 국경선과 똑같은 것이다. 우리 장병들이 NLL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정말 답답하다”면서 “(정치인들은)표가 되면 아무런 말을 다하고 있다. 왈가왈부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 서해를 화해협력지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북한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라, 서해5도를 공격하겠다는 의도”라며 “10·4선언 이후 2주 동안 북한은 NLL을 5번 침범했다. 북한이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으로 공동어로구역으로 하면 아주 큰일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