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비핵화 진전…종전선언은 끝에”

▲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연합

“지금 우리는 비핵화의 빠른 진전에 모든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그 다음에 올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등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 13일 이 같이 말했다.

송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현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 정상회담 성사’ `조기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협상 착수’ 등 각종 장미빛 시나리오가 제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눈길을 모았다.

특히 이런 각종 낙관적 시나리오들이 외교 실무 수장인 송 장관의 유럽순방(7~13일) 중 집중적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그의 관련 발언은 여러모로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우선 송 장관의 발언은 비핵화 여정이 2단계인 불능화와 신고 절차에 대한 합의 정도에 이른 상태에서 벌써 평화체제와 종전선언 등을 눈앞의 현실로 생각하기엔 이르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외교가는 평가하고 있다.

아직 핵시설 불능화의 방법과 핵 프로그램 신고 대상도 구체화되지 않은 것은 물론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실험 장소 등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 상황을 감안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상회담이나 종전선언 등을 위해서는 관련국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며 관련국, 특히 미국은 가시적이며 결정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란 점을 누차 강조해오고 있다.

송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 “지금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것”이라며 “평화체제 협상(종전협상)을 개시하는 것을 두고 어떤 선언이라 정의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종전선언 자체는 협상 과정을 거쳐 끝 부분에 나오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해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구축의 마지막 단계에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평화체제 협상 개시선언의 주체가 어느 급이 될지를 논의하긴 이르다며 4개국 정상이 모여 협상 개시선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문자 그대로의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협상의 끝에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미국 당국자들이 언급하는 `종전선언’의 개념 및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듯한 송 장관의 이 같은 인식은 노무현 대통령의 관련 발언 및 그에 대한 청와대측 설명과 미묘한 온도차를 느끼게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남북 정상선언에 종전선언이 언급된 것과 관련, “지금 (평화체제)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빠른 것 같고, 선언하고 그 다음 가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얘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선언하고 그 다음 가는 것’의 의미에 대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종전선언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선언이 평화협정을 빨리 가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종전 협상 개시선언은’ 현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지만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협상의 마지막에 이뤄져야 한다는 송 장관의 말과 청와대의 입장 간에 간극이 느껴진다.

이런 간극이 `종전선언’이란 용어 규정을 둘러싼 기술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별 문제될 것은 없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청와대가 말하는 `종전선언’이 송장관이 언급한 `종전 협상 개시선언’의 의미라고 본다면 양측의 시각 차는 거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만약 청와대가 구상하는 `종전선언’이 송 장관이 언급한 `종전 협상 개시 선언’과 다르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개념이라면 대통령과 외교 실무 수장이 종전선언의 의미와 시기 등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 당국자는 “종전 협상의 내용과 형식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아직 확고하게 정립되지 않은 종전선언의 내용과 시기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국자들은 다만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와 행동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문제의 진전이 달렸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는 “종전선언이 6자회담의 이행과 북핵 폐기를 촉진하는 상호작용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좀 더 빨리 갈 수도 있다는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고 있다”는 노대통령의 언급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입장 등을 감안할때 핵폐기 완료 시점에 종전선언을 해야한다는 시각이 좀 더 현실성 있어 보이지만 북한이 일반이 기대하는 속도와 수준 이상으로 불능화.신고를 이행하고 최고위 지도자 차원에서 보유 핵무기.플루토늄 처분 계획을 밝힐 경우 종전선언 역시 그리 먼 일은 아닐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종전선언의 시기 등과 관련, 일견 미국에 그 열쇠가 있는 듯 보이지만 한꺼풀 들여다보면 결국 북한의 비핵화 결단에 달려있다고 본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 종전선언의 내용과 형식, 시기 등이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