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규모 압록강개발..北 반응 주목

▲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데일리NK

중국의 대규모 압록강 개발계획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압록강은 북중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는데다 이 지역의 개발이 북한의 경제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이 압록강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88년 국무원이 단둥(丹東)시를 연해개방도시로 지정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로부터 4년 뒤인 92년 국무원은 단둥시에 국가급개발구인 단둥변경경제합작구 설치를 승인했다.

중국의 압록강 개발은 중국이 국가경제사회발전계획인 ‘11.5 규획’에 동북진흥계획을 포함시키면서 정책적인 근거를 갖게 됐다.

이어 2003년 당과 국무원이 ‘동북지방 등 노후공업기지 진흥전략에 대한 약간의 의견(일명 11호 문건)’을, 국무원 판공청은 2005년 6월 이를 더욱 구체화한 ‘동북 후공업기지 대외개방 확대촉진 실시의견(36호 문건)’을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36호 문건은 북한과 러시아로 연결되는 도로, 항만, 지구 건설의 일체화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을 개발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체화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국가든 기업이든 양국이 도로와 항만도 공동 개발하고 무역시장이나 산업단지도 함께 개발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36호 문건에서 개념 수준으로만 존재했던 압록강 개발계획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직계이자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리커창(李克强)이 랴오닝성 서기로 부임해 ‘우뎬이셴(五點一線)’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계획은 동북진흥계획에 의거한 랴오닝성의 경제개발계획으로 창싱다오(長興島), 잉커우(營口), 진저우(錦州), 단둥, 다롄(大連) 등 5개 항구를 대규모 산업단지를 육성하고 이를 1천443㎞의 도로를 만들어 연결한다는 연해개발계획이다.

이에 호응해 단둥시도 2005년 5월 기존의 단둥변경경제합작구를 더욱 발전시켜 임강경제구 즉 현재의 임강산업원구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여기에 산업단지뿐 아니라 항구, 주거지, 행정기관, 위락시설 등이 들어서는 신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에는 압록강대교로부터 서쪽으로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샤바허(沙<土+覇>河)까지, 남쪽의 압록강 강변으로부터 북쪽의 201번 국도까지 총 228㎢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지가 임강경제구에 편입돼 있었다.

최근 입수된 랴오닝단둥임강산업원구계획통제용지도(遼寧丹東臨江産業園區規劃統制用地圖.이하 계획도)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의 유초도에서 비단섬으로 이어지는 압록강 하구지역 맞은 편에 총 97㎢(약 2천935만평)의 산업단지 계획을 세우고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계획도에는 랑터우(浪頭)항과 건너편 룡천군을 연결하는 신(新)압록강대교를 검은색 선으로 표시해놓고 있어 이번 공사가 앞으로 대북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중 양국이 단둥시 안민(安民)진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는 북한의 황금평 사이에 전력선을 가설한 사실도 최근 추가로 확인돼 주목을 받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의 개발은 양국의 경제정책 결정에도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91년 라진.선봉 경제무역지대의 문호를 개방하자 92년 훈춘시에 변경경제합작구 설치를 승인한 바 있으며,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추진했던 것도 단둥의 개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005년 10월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11.5 규획’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접경지역 개발과 관련, 북한에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 압록강 주변개발 분위기에 힘입어 단둥 주변에서는 중국의 사영기업 4곳이 북한측과 위화도 부군에 위치한 20만평 규모의 섬에 자유무역시장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이 위화도와 비단섬을 묶어 국제자유무역시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압록강 주변의 개발은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천톄신(陳鐵新) 단둥시장은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양회(兩會)에 참석,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단둥의 경제건설 계획에 비교적 큰 영향을 끼쳤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힘만으로는 압록강 주변개발과 외자유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대규모 개발에 대한 비준권을 갖고 있는 중앙 정부의 태도도 아직까지 모호하기는 마찬가지.

국토자원부는 작년 12월 변경경제합작구 범위 지정과 관련한 단둥시의 비준 요청을 “아직 요건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보류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이 전국적으로 국가급개발구를 축소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북핵실험에 따라 대외정세가 불투명해지면서 일시 보류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의 대대적인 압록강 개발이 기회일 수도 있지만 독자적 정책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반응이 주목된다.

단둥의 한 대북소식통은 “압록강대교를 새로 건설하는 문제에서도 북한은 위화도 부근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하구쪽에 치우친 랑터우항 부근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이 큰 틀에서 중국에 호응하더라도 세부 계획에서는 이견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압록강 하구지역의 개발이 하루가 다르게 주변 모습을 크게 변화시킬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늦어도 북미 간 협상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단둥지역을 둘러본 국내의 한 대북 전문가는 이와 관련, “최근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감돌자 단둥지역의 대북투자자문회사들 가운데 평양에 사무실을 이미 냈거나 설치를 추진 중인 곳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