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北은 투자하기 싫은 나라”

단동에서 바라본 조중철교(사진:권정현기자)

중국에서 만나는 사업가들은 북한과 합작사업의 애로사항으로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꼽는다.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통하고 있는 중국도 북한의 값싼 인건비와 원자재에 호감을 갖고 있지만, 북한 관료들의 ‘비효율성’과 전사회적인 ‘부정부패’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선양(瀋陽)의 무역회사 구매담당 주임 계선호(42세∙조선족)씨는 “조선쪽 기업들은 결정권자는 없고, 접대하는 사람들만 주변에 가득하다”며 “구매자 요구에는 맞추지 않고 상급자 입장만 앞세우려고 한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계주임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여차례 북한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북한 기업소와의 합작하는데 가장 답답한 일은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보위부요원은 있고, 납품보증 책임자는 없어

“남포의 00기업소는 북한에서 꽤 큰 공장이다. 이러한 큰 공장도 가격과 납품날짜를 확답해주는 책임자가 없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가격과 시간이 중요한데, 북한 기업소 간부들은 다음날 답변해주겠다거나, 자기들끼리 상의해서 대충 답하는 식이다. 협상 때 보위부 요원들이 참관한다. 기업 사정도 모르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중국도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 북한기업과 계약서 한장 쓰려면 최소 일주일 현지에 머물러야 한다. 베트남도 여러번 다녀봤지만 북한같은 곳은 없다.”

계주임의 어머니는 함경북도 길주 출신이라고 했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북한과 합작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애정이 많은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북한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부터 잘못되었다. 무조건 자기네 사정에 맞추라는 식이다. 북한기업들은 돈이 없어서 합작 하면서 먼저 돈을 받고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산이 가능한지, 생산날짜를 맞출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면 누가 돈을 들이밀겠나? 처음부터 당일꾼이 나와야지, 협상때는 지배인을 내보내고, 결정은 뒤에서 한다. 사고가 생기면 다시 지배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니까 (중국쪽의)신뢰를 얻지 못한다.”

“외국인에 바가지, 세계최고”

중국 단둥(丹東)에 의류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는 왕찐청(39세)씨는 2003년 북한에 처음 방문했을 당시를 생각하면 불쾌감만 남는다고 했다.

당시 왕씨 일행의 목적지는 황해북도 서흥이었다. 서흥에 있는 00공장들을 둘러보고 직물구입을 알아보려고 방북했지만 공장의 간부라고 하는 사람들은 일행을 평양에 머물게 했다. 고려호텔에 묵게 되었는데 하루 숙박비가 객실당 100달러에 가까웠다고 했다. 서흥군은 평양에서 자동차로 2-3시간 거리였다. 왕씨 일행은 100달러짜리 호텔방값을 치루며 하루 왕복 5시간이 넘는 길을 출퇴근 해야 했다.

“사실 조중철교(압록강철교)를 넘기 시작하면서 북한관리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겪게된다. 북한에 처음 들어갈 때 단동에서 기차를 타고 신의주역에 들어갔는데 신의주역에서 만난 세관일꾼은 한사람당 담배 한보루씩 달라고 했다. 세관을 통과하니까 군복을 입은 사람이 와서 위생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또 담배를 요구했다. 심지어 열차 식당칸에서 캔맥주 한상자를 사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보다 경험많은 사람이 마지못해 다 챙겨줬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도 없었다.”

위에서 아래까지 ‘온 사회의 부정부패화’

단동역에서 만난 무역중개업자는 홍가원(41세∙조선족)씨는 수석(壽石)을 모으기 위해 북한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홍씨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평안남도의 신양, 맹산 등지에서 수석을 모아 한국과 일본에 수출한다. 홍씨가 북한을 왕래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10년째, 돈 되는 것은 모두 사고 파는 만물잡상인이다. 홍씨는 북한에 대해 중국사람들이 느끼는 불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외국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외국사람과 접할 수 있는 세관, 검사 일꾼뿐 아니라 외국인이 출입하는 호텔, 상점, 식당 등에 종사하는 직업 자체가 특혜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달러를 만질 수 있는 직업이다. 그들이 먹고 살기는 힘든 조건에서 이런 기회를 놓칠리 없지 않나? 폭리를 취하거나 부정을 저질러도 국가가 통제하지도 않는다. 특히 기업소에 있는 사람들이나 간부들은 합작이 잘 되거나 말거나 자신에게 특별히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경제개방에 대한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홍씨는 약간 퉁명스런 어조로 답했다.

“김위원장이 개방을 한다해도 곧바로 경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외국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상품을 만들어 내다팔아야 하는데, 간부들이 지금처럼 해서야 누가 돈들고 북한에 가겠나? 모두가 눈앞에 자기 잇속차리기만 바쁘다. 개방만하면 외국인들이 막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착각이다.”

중국 선양(瀋陽)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