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분석] 北 지원 포장용 피치, 왜 ‘부실공사’ 처리됐을까

▲ 백두산 삼지연 비행장 (nk조선)

북한에 지원된 도로포장용 피치 8천t(50억원) 중 3천t(20억원)이 부실공사로 낭비됨에 따라 정부의 무작정 대북지원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남북경협 관련 시민단체인 남북포럼은 “정부는 (피치의)원부자재 사용처와 부실 시공에 대해 철저한 현장조사를 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광공사가 북측과의 협의를 거쳐 19일 8천 톤을 추가로 제공하는 데 합의하고, 남측의 기술진을 북한에 파견해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발표가 나가자 ‘북한에 끌려만 다닌다’는 비난이 또 터졌다.

물자 사용처 밝히고, 공동감시가 절실

북한이 ‘부실공사’를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북한의 비행장 활주로는 수십 년 전에 시멘트로 포장된 것이어서 심히 노화되었다. ‘1선 도로'(김정일 전용도로)와 군용도로도 피치가 없어 보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 때문에 남한이 피치를 지원하면 김정일 전용도로와 군용 활주로 보수에 먼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북한이 백두산 관광사업을 시작하면서 백두산 지구에 김일성•김정일의 우상화 선전물을 대대적으로 발굴•보수하고 있다는 점도 피치가 원래 목적 외의 전용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지원물자의 사용처를 명시해주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북한의 전략물자를 보완하는 데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도로 시공법은 아주 원시적이다. 피치포장공사는 일반적으로 노반 다지기 기초공사 및 피치와 잔사(모래자갈)를 섞어 끓이고, 펴고 다지는 공정이 잘 돼야 노면을 바로잡고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북한의 도로포장공사는 중장비 기계가 없어 피치를 가마에 끓여 그 속에 자갈을 넣어 혼합한 다음, 삽으로 펴고 손수레에 돌을 싣고 그 무게로 노면을 다진다. 이 때문에 포장된 도로 위에 차 바퀴 자국이 남고, 1~2년만 지나면 떨어져 나가 빗물에 움푹 패인다.

이러한 부실 시공을 막기 위해서는 남한의 중장비를 이용하고, 기술인력들이 파견되어 북한 근로자들에게 일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방치하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따라서 대북지원을 할 경우 ▲ 사용처의 범위를 명시하고 ▲ 남한 기술인력과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원물자의 오용과 낭비를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줘봐야 낭비만 계속될 뿐이다. 그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