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영웅시리즈③]끊어진 통신선 복구에 전우들의 목숨이






1951년 5월이었다. 중공군의 1차 춘계공세에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龍門山)은 아군의 서부전선과 중부전선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역이었다.

이때 아군 제6사단은 중공군 3개 사단과 대치했고 제2연대 3대대는 사단의 결전을 감행할 장소인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창의리 부근인 353고지에 배치됐다. 아군은 5월 17일부터 19일 사이에 적 2개 연대규모와 전투를 벌여야 했다. 

용문산 전투는 1951년 5월17일부터 21일까지 6사단 용문산연대 전 장병이 결사항전에 돌입, 중공군 제63군 예하 3개 사단(2만 여명)을 격멸한 전투다.

용문산은 양평 동북쪽에 우뚝 솟은 표고 1,157m의 주봉을 비롯해 그 일원에는 700m가 넘는 고지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험준한 산으로 꼽힌다. 또 북한강과 남한강이 주변을 흐르고 있어 자연적으로 견고한 벽을 이룬다. 북으로 향한 진격요선이자 남으로는 방어를 위한 기지로서 작전상 양보할 수 없는 쟁탈초점이었다.

5월 17일부터 공세를 시작한 중공군 제63군은 다음날 대낮에 대대규모의 병력으로 제2연대 진지 정면에서 파상적인 충격행동을 자행하다 날이 저물자 대대적인 야간공격을 감행한다. 중공군 제187사단과 제188사단은 제2연대 진전으로 집중 침공을 가해왔지만 아군은 끝까지 진지를 고수하고 적을 격퇴했다. 그러나 적의 공세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5월 19일에도 제2연대가 완강히 진지를 고수하자, 적은 이날 오전 6시부터 다시 중공군 제187사단과 제188사단의 주력을 투입하여 집중공격을 가했다. 분전과 혼전이 종일 계속됐지만, 아군은 진지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자 적은 이날 밤 대기 중이던 중공군 제189사단마저 투입해 옴으로써 치열한 공방전은 그 극에 달했다.

이처럼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던 중 무전기가 적의 포탄에 맞아 고장을 일으켰다. 대대와 연대간에 가설되어 있던 유선전화선까지 작렬하는 포탄에 그 선이 끊어졌다.

제3대대는 적의 포위 속에서 통신까지 두절된 상태로 적과 격전을 벌였다. 연대에서는 제3대대와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자 당황했다. 제3대대가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상황을 전혀 파악할 길이 없으니 작전지휘마저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유선복구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선이 절단돼 있는 지점이 연대지휘소로부터 4, 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중공군이 삼면을 포위하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353고지 근처이기 때문에 통신병을 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통신대 임무를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통신대장은 즉시 모든 통신병들을 집결시켰다. 상황을 설명한 후 적진으로 잠입해 절단된 유선을 연결할 결사대를 찾았다. 이때 유선반 이천길 일등중사와 노승호 하사가 결사대를 지원하고 나섰다. ‘저희가 그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죽음으로써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 중사와 노 하사는 제3대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책을 양 어깨에 지고 출동준비를 완료한 후 유선줄을 따라 353고지로 향했다.

그들은 유선복구에 나섰던 통신병들이 이따금 적의 매복조에 잡혀서 죽었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지만, 이미 죽음을 각오한 몸이라 조금도 불안감 없이 유선줄을 따라 나갔다. 밤새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353고지가 가까워지면서 총탄과 포탄이 두 통신병의 주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적탄 낙하가 점점 심해지자, 이 중사와 노 하사는 유선줄을 한 손에 쥔 채, 포복으로 전진해갔다. 그러나 전선줄은 이상 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 중사님! 여기까지 이상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여기서 더 나가면 아군을 포위하고 있는 적진입니다’ 노 하사가 말했다. ‘적진이 되던 어디가 되던 간에, 우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절선을 찾아간다’ 이 중사는 다시 앞장서서 포복해나갔다.

드디어 절선을 찾았다. 유선줄이 포탄에 의해 절선된 곳은 적진 가까운 곳이었다. ‘적이 언제 이쪽으로 올지 모르니까 빨리 작업을 서두르자!’ 이 중사는 손에 쥐고 있던 유선줄을 노 하사의 손에 쥐어주고 나서 다른 한쪽 선을 찾기 위해 포복으로 이리 저리 헤매 돌다가 간신히 다른 한쪽 선을 찾아냈다.

유선줄을 완전히 연결하고 난 이 중사는 연대 통신대에 시험전화를 걸어보기 위해 휴대해 온 전화기를 연결하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맞신호가 걸려왔다. 연대 통신대장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도중의 이천길 중사입니다. 고장선을 발견, 연결을 완료했습니다.’

위기 속에 놓여있던 제3대대와 통신을 재개할 수 있었던 연대는 즉각 353고지의 상황을 판단하고, 나산(羅山) 일대에서 방어중에 있던 제1대대로 하여 제3대대를 지원토록 해 식량과 탄약보급이 두절된 상태에서 악전고투를 반복하고 있던 제3대대를 구출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다해 제3대대 장병들의 목숨을 구하고, 아군의 작전을 유리하게 전개시키는데 크게 전공을 세운 두 통신병은 각각 충무무공훈장을 받고, 일계급 특진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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