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1년] 美, 6자회담 통한 북핵 해결 고수

2.13 북핵 합의 1년을 맞는 미국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커다란 진전과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남은 과제가 산전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 정부는 2.13 합의 이후 지난 1년간 북핵 협상에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질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2.13합의에 명시된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감시 복귀 등은 벌써 이뤄졌다. 그리고 초기 조치 이행 이후 핵시설 불능화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합의도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이 제공하기로 한 대북 중유공급 등의 보상조치도 일부 차질이 있었지만 합의대로 이행되고 있다.

영변핵시설을 단순히 동결하는 차원을 넘어 불능화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간 것은 북핵협상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질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미국 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13합의는 여전히 미완의 이행에 그쳤고, 아직도 해결할 일들이 산적해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 조치 이행 이후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한다는 합의 내용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북미 양국이 전면적 외교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를 뉴욕에서 개최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는 아직도 첫 걸음을 떼는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과정을 시작한다는 합의도 법절차 검토 수준에 그치고 실질적인 이행은 중단된 상태이며,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과정으로 나아간다는 합의 역시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합의 이행 진척에 따라 6자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한다는 약속 또한 이행되지 못했다.

2.13 합의 이후 지난 1년간 상당한 진전과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미국 정부의 평가 중 강조점이 두어지는 부분은 후자이다.

북핵 6자회담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인 만큼, 아무리 영변핵시설 불능화처럼 전에 없던 진전이 이뤄졌다 해도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신고와 폐기가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핵 협상은 실패라고 미국 정부는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모든 핵프로그램과 물질, 무기, 확산활동을 포함하는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을 경우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제외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는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10.3 합의에 명시된 핵 신고 시한인 2007년 12월 31일을 훨씬 지나고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북핵 협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 등을 눈감은 채 너무 많은 양보를 했으며, 북한은 결국 핵 포기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2.13합의를 완수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아직까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는 거듭 밝히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말 김정일 위원장에게 친서까지 보내 핵신고 합의 이행을 촉구했으며, 북한측의 실질적 반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등 기존 북핵 협상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회의를 표시하며, 북핵협상에 인권문제를 연계시켜야 한다는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의 발언을 강력히 비난하며, 6자회담을 통한 북핵협상 노선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지난 6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정부는 아직도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미완의 합의 이행을 아직도 갈망하고 있지만, 북핵 합의 이행의 공은 북한 측에 넘어가 있다는게 2.13 합의 1년을 맞은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