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농업 협력 물꼬 터지나

200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재 ‘개점 휴업’ 상태인 농업 협력도 협력농장, 조림사업 등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개혁.개방 부담에 농업 인력 교류를 극도로 꺼려온 북한 측의 태도가 어느 정도까지 전향적으로 바뀔지가 향후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농업협력위에서 협동농장.조림사업 논의

4일 평양에서 발표된 ‘2007 남북정상 선언’에서 농업 협력 방안은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의 분야와 함께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짧게 언급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2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조속히 개최, 시범협동농장 운영, 종자개발.처리시설 지원, 산림녹화.병충해 공동 대응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2005년 8월 개성에서 열린 1차 협력위에서 양측이 합의한 뒤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 협동농장을 통한 육묘시설.비료.농약.농기계.영농기술 지원 ▲ 현대적 종자생산 및 가공.보관.처리시설 지원 ▲ 우량 유전자원 교환, 재배기술 개발 협력, 병해충 관리체계 구축 ▲ 축산.과수.채소.잠업 분야 협력 ▲ 공동 양묘장 조성과 산림 병해충 방제 등을 다시 챙기겠다는 얘기다.

당시 남북은 이 사업의 실행을 위해 실무 협의를 개최키로 했으나,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넘도록 실무 접촉 한번 갖지 못한 상태다.

남북 협동농장은 남측의 기술.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을 결합, 북의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지난 1차 협력위에서부터 핵심 사업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북측이 남한의 인력과 물자가 대거 농촌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꺼려 지금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현재는 통일농수산사업단, 한민족복지재단 등 일부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협동농장 사업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수행한 임상규 농림부 장관은 방북 직전 “(협동농장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바뀔 것”이라며 재추진과 성사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돼온 대북 조림사업도 이번 정삼회담을 계기로 정부간 협력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산림은 70년대 이후 다락밭(계단밭) 조성과 땔감용 벌목으로 현재 20% 정도가 완전 ‘민둥산’일만큼 황폐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막대한 수해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묘목.양묘장 건립 등 대북 조림사업과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한 청정배출체제(CDM) 사업을 연계하는 아이디어도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북한 내 산림 조성에 대한 반대급부로 탄소배출권을 얻어 국내 기업에 활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김경규 농림부 구조정책과장은 “임 장관이 이번 방북 기간에 농업협력위원회의 구체적 개최 일자까지 북측과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가급적 빨리 열어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협동농장 사업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농업특구, 상생 농업체제 등으로 확대 기대

2차를 시작으로 이어질 농업협력위가 앞으로 원만히 진행된다면, 협동농장 이상의 단계로까지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에 임 장관은 농림부 내부 조율과 민간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 농업특구 조성과 양돈.인삼 등 경협사업 ▲ 남북 상생 농업체제 확대 ▲ 남북 당국 간 농업협력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의제로 추려 방북 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언문에 이런 내용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시간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거론조차 되지 못했거나 북측이 “너무 앞서 나간다”며 거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남북 농업협력특구’ 구상은 현재 제조업 부문의 ‘개성공단 특구’와 마찬가지로,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노동력.토지를 결합하는 방식의 본격 경협 사업이다. 이는 남측 영농사업체나 기업 등의 투자를 전제로 한다.

현재 남북협동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통일농수산사업단(포럼)은 북측의 주요 농업지대에 농업특구를 지정, 공동 개발할 경우 농업생산성과 토지이용률을 30%씩 높여 북의 식량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복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초기에 개성공단 배후지역 1개 군을 협력특구로 지정한 뒤 점차 황해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양돈이나 인삼이 농업특구를 통한 경협 대상으로 우선 거론되는 것은, 현재 이들이 북한의 수출품으로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상생 농업체제’ 제안은 공동 식량계획, 공동 농업정책 등과 관련이 있다.

농업특구나 협동농장을 통한 경협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북한의 농업 생산성이 어느 정도 수준을 회복하면, 남북 간 비교우위를 고려해 식량계획이나 농업정책을 함께 짜는 단계로까지 협력 수준을 높이자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남한의 쌀과 북의 옥수수.콩.감자 등을 상호 교역하거나 남북 전역에 걸쳐 품목별 생산기반을 재배치,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두 구상은 모두 그동안 쌀과 비료 등의 일방적 지원으로 빚어진 ‘퍼주기’ 논란에서 벗어나 북한은 농업생산력 회복과 식량난 해소, 남한은 재정부담 완화와 개방대비 활로 찾기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 난제도 많아

그러나 향후 남북 농업 협력 사업이 기대만큼 진전되기 위해서는 북한 측의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협동농장을 통한 인력과 물자 교류를 계속 ‘체제 위협’으로 느끼고 지금처럼 돈과 장비 지원만을 요구하는 한, 협력의 실질적 성과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북한 측의 극심한 식량난을 고려할 때 남북 협동농장이나 농업특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남측이나 해외로 반출 또는 수입한다는 구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남측 생산자들 사이에서도 품목별로 북한 측 농산물의 반입 등에 반발하는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2차 농업협력위원회(차관급)든 남북 농림장관 회담이든, 실무적 협의가 가능한 대화 창구를 다시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영훈 박사는 “일단 실무 회의를 빨리 열어 양측이 농업 협력 추진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솔직히 터놓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박사는 이어 “일단 이번 정상회담 선언의 다른 합의 항목들의 깊이나 구체성 등으로 미뤄, 분위기상으로는 농업 분야 협력 논의도 충분히 농업특구 등의 수준까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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