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남북 5대 합의 비교

‘남북기본합의서 + 6.15공동선언 = 10.4선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은 2000년 6.15공동선언의 남북 화해협력의 대원칙을 계승하고 구체화한 동시에 서문과 본문 23개조로 구성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운데 상당 부분을 발전시킨 것이기도 하다.

10.4선언은 또 북핵문제와 관련, ‘한반도 핵문제’라며 6자회담에 구체적인 해결을 맡김으로써 한줄언급에 그쳤으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포함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평양에서 이번 합의를 “여태껏 남북간에 합의된 것 중에서 이행되지 않았던 것들의 실행력을 더 높이고 그것을 좀더 구체화하는 그런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6.15 공동선언 이후 7년간의 남북관계 성과를 토대로 그간의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차원 높은 미래 비전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남북 5대 합의 비교 = 10.4선언이 추가됨에 따라 남북관계의 ‘대헌장’으로 평가되는 7.4남북공동성명 이후 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공동선언을 합해 남북간에 5대 합의가 만들어진 셈이다.

7.4공동성명은 한국전쟁 이래 남북관계가 20여년간의 진공상태 끝에 ‘공존’을 처음으로 양측이 인정하고 남북대화의 출발을 알린 합의였다.

그런 만큼 공존의 최종 지향점인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원칙을 담았다.

6.15공동선언 역시 기본합의서 이후 남북관계가 십수년간의 정체기를 지난 끝에 화해.협력을 본격화하는 시동을 거는 것이었다.

두 합의는 이에 따라 원칙을 담을 수밖에 없었고, 원칙을 담자니 사용된 용어와 개념이 추상적이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화해, 남북불가침, 교류협력을 위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을 담았지만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종잇조각이 되고 말았다. 비핵화공동선언도 마찬가지 운명을 걸었다.

이번에 만들어진 ‘10.4선언’은 2000년 정상회담 이래 남북관계가 발전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본합의서나 비핵화공동선언에 비해, 실천을 위한 환경이 유리한 셈이다.

10.4선언은 또 경의선, 백두산 관광, 이산가족문제 등 이미 추진중인 사안들을 가속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고 특히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조성,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베이징 올림픽 남북응원단 경의선 이동 등 합의 사항을 구체화함으로써 실천력을 높였다.

10.4선언은 ‘6.15선언’에 비교할 때 ‘낮은 단계 연방제’ 등 통일방안이 언급되지 않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명시하지 않은 채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기로 했다고만 밝히는 등 정치적 측면에선 진전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들”간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대목은 발전된 면이다.

◇5대합의 공통 분모 = 남북 합의는 모두 미국을 축으로 하는 국제정세의 변화를 기본 동력으로 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7.4남북공동성명은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하는 등 데탕트 정책을 펼친 데서 출발했다.

1990년대초 만들어진 남북기본합의서는 미국과 대결하던 구 소련권의 붕괴를 통해 국제적으로 탈냉전 시대가 도래한 게 기본 환경이었다.

2000년 6.15공동선언은 당시 클린턴 미 행정부가 1기때와 달리 포괄적 대북 접근 정책을 통해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가운데 탄생될 수 있었고, 10.4선언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와 북미관계가 풀린 게 국제적 환경을 조성했다..

◇논란 가능성 = 적대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남북간 합의는 늘 후유증을 남겼다.

7.4남북공동성명은 ‘자주’ 용어가 논란의 초점이었다. 남측은 자주의 원칙을 민족자결의 취지로 해석한 데 비해 북측은 주한미군 철수의 논리로 사용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송종환 전 주미공사 등이 함께 쓴 ‘남북회담:7.4에서 6.15까지’라는 책은 “7.4공동성명의 통일 3원칙은 북한측이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골자로 하는 대남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대화의 통로에서 남한측에 요구한 구체적 제안이었다”고 지적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합의 체결 이후 논란이 비교적 없었지만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6.15공동선언은 남남간 이념논란의 한복판에 휘말렸다.

공동선언 제2항의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한 대목이 북측의 통일 방안을 남측이 수용한 것이라는 논란이었다.

제1항의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도 북측의 한미공조 이간전술에 휘말린 것이라는 보수층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7.4남북공동성명의 ‘자주’라는 표현에 대한 반발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10.4선언’에 대해서도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에 구체적인 이익을 주는 부분은 명시돼 있고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이익은 추후 논의 등의 형태로 추상적으로 규정됐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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