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풍년농법’ 北 전수 박광호 교수

“너무 오랫동안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는 북한 농민들에게 굶주림과 고통스런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환경도 보전할 수 있는 새로운 농사기술을 알려주려 합니다.”

‘복토직파농법’이라는 신농법을 북한 농민들에게 전수하고 있는 박광호(朴光鎬.50) 한국농업대학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북 농업지원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밝히며 자신이 개발한 신농법의 특징과 향후 전망을 소개했다.

복토직파농법은 못자리와 모내기가 필요한 ‘이앙법’과 달리, 바로 기계로 씨앗을 심음으로써 모내기를 거치는 농법에 비해 노동력과 경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화학비료 사용량도 줄이는 친환경 농법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이 농법을 1994년에 창안한 뒤 2년간의 예비실험을 거쳐 1996년에는 특허를 신청해 1998년 등록됐고, 2005년 전남 나주에서 첫 산업화에 나서 현재까지 남한 전체 논 면적의 1%가량인 1만 정보에서 이 농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인연은 2005년부터 대북지원단체인 한민족복지재단과 함께 이 농법을 적용해 북한의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 협동농장에서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인 800㏊에 달하는 논에 벼농사를 지으면서부터.

그는 “첫 시험재배 때는 북한의 직파 재배면적이 워낙 넓어 ‘기대만큼 수확이 안 나오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으나 성과가 좋게 나오자 북측에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전농장 농지에서 10a(300평) 당 516㎏의 벼를 수확해 북한의 지난 5년 평균 295㎏은 물론 남한의 지난 5년 평균 495㎏보다도 많은 벼를 생산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북측에서 복토직파농법을 적용해 농사를 짓는 농장이 올해부터는 약전농장을 비롯해 평양시 순안구역 천동리의 국영 순안농장과 황북 미곡협동농장.봉산협동농장, 개성 송산리협동농장, 금강산 삼일포협동농장 등 6군데로 늘었다.

최근 방북시 개인적으로 만난 북한의 김명철 농업성 식량정책국장은 내년에는 전국 도(道)단위 지역별로 시범사업으로 이 농법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박 교수는 “올해는 9월에 일조가 안 좋고 수해 영향도 있어 이앙농법으로 지은 농사에 비해 그리 높은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고 전해들었다”면서 “하지만 북측에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고수해 온 ‘주체농법’인 밀식재배법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복토직파농법은 모내기 과정을 빼고 직파기라는 농기계를 이용해 작업하기 때문에 기존 노동력의 10%만 들여도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며, 비료도 5㎝가량 땅속에 묻어 유실을 방지해 사용량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환경오염도 그 만큼 덜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장점을 지닌 농법이 남한에서는 왜 아직 보급률이 1%에 불과할 정도로 널리 퍼지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복토직파농법이 ‘기계화 영농’이라는 데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남한에서는 전통적인 이앙법으로 벼농사를 지어오며 기존 농법에 맞는 농기계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상태”라면서 “만약 복토직파농법을 도입하려면 기존 농기계들을 모두 직파관련 기계로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농기계 교체문제는 가뜩이나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농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기존 농기계를 제작해 판매하는 업계의 반발도 살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전 해 수확과정에서 떨어진 벼 이삭이 이듬해 저절로 자라나 새로 수확한 벼와 섞이는 바람에 순도를 떨어뜨린다거나, 이앙법으로 지을 때보다 잡초가 많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부 단점들도 이 농법이 아직 안고 있는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복토직파농법은 남한보다 북한을 비롯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후발농업지역에서 훨씬 용이하게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박 교수는 판단하고 있다.

그는 이에 따라 이 농법에 대한 국제특허(PCT)도 신청했으며 내년 4월까지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4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이미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수단에서 이 농법을 일부 도입했으며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가나,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이 농법을 전수해 줄 계획이다.

그는 “농업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지만 농자재가 부족해 쌀 자급이 안 되는 북한은 물론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구촌에서 굶주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 농법을 전해 줄 계획”이라며 “이 기술이 들어가면 어느 곳이라도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