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훈.삭풍 모두 진보진영에 불리?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의도중 하나는 남한의 대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이며, 북한은 반(反) 한나라당 입장을 표방해온 만큼 대북 교류협력을 주장하는 진보진영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풍과 선거의 기록을 보면, 삭풍이든 훈풍이든 북풍은 진보측보다는 보수측에 유리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동안 선거에서 논란된 북풍은 삭풍과 훈풍으로 나뉜다.

삭풍은 북한의 도발행위에 따른 것이고, 훈풍은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선거와 관련해 삭풍은 90년대까지 불었다면, 2000년 이후엔 훈풍이 논란됐다.

보수층이 집권한 90년대까지는 북한에 대한 공포나 적개심을 바탕으로 한 북풍이 문제가 됐고, 상대적 진보층이 집권한 김대중 정부 이후엔 남북화해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한 훈풍이 논란되고 있다.

삭풍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로는 1996년 4월 5일부터 7일까지 벌어진 북한 중무장 병력의 판문점 북측지역 투입이다.

북한군 1개중대 130여명은 4월5일 오후 6시께 박격포와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지역에 투입된 뒤 2시간 30분만인 오후 8시30분께 철수하는 등 같은 행위를 사흘에 걸쳐 했다.

이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들어갈 때 적색바탕에 백색글씨로 ’경무’라고 쓰여진 완장을 착용토록 한 정전협정을 위반했다.

당시 판문점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았고 김영삼 대통령은 전군 수뇌부 회의를 소집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어 4월11일 신한국당,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간 4파전으로 치러진 15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당이던 신한국당이 과반수에는 못 미쳤지만 139석을 차지해 거대 여당이 됐고, 국민회의는 76석으로 제2당, 자민련은 50석, 민주당은 15석을 차지했다.

선거가 끝난 뒤 대다수 언론은 ’여당의 승리’로 평가하면서 그 원동력으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꼽았다.

선거와 관련해 대표적인 훈풍 사례는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들 수 있다.

당시 남북이 4월10일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공식 발표한 후 그 여진이 강력하게 계속되는 상황에서 4월13일 선거가 실시됐다.

’신종’ 북풍 논란 속에서 실시된 총선 결과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13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여당인 민주당이 115석으로 제2당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자민련 17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순이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 합의 발표가 이러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하기는 어렵지만, 경합지역에서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민주당 후보들이 많았던 점 때문에 ’따뜻한’ 북풍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도리어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보수층과 영남권 표를 결집시킨 반면 진보층과 호남권에서는 지지층의 이완을 불러오고 수도권에서는 젊은 층의 이탈을 초래해 여당에 불리한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작년 5.31 지방선거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과 관련, 한나라당이 취소를 요구하는 등 역시 북풍 논란 속에 선거가 실시됐고, 결국 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한 전문가는 “북한 변수는 포용정책에 근거한 것이든 대결정책에 근거한 것이든 보수적 정당에 유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수개월 앞둔 상황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입각한 진보진영측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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