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북한인권에세이’ 수상작-심사평

<북한인권에세이 심사평> 총 34편의 응모작 가운데 응모 요령에 제시된 분량이나 형식에 맞지 않은 작품을 제외하고 본심에 올라 온 작품은 21편이었다. 이중 입국 탈북자, 재중 탈북자들의 응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이 낯선 불안과 공포의 육성으로 가득찬 원고 뭉치들 앞에서 우리가 망설인 것은 ‘직접성의 형식’이라고 이름 붙이는 ‘에세이 장르’의 심사 원칙을 이 ‘특이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탈북자들의 참혹한 경험을 담고 있는 에세이들은 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인류 최후의 ‘체험과 죽음의 기록’으로 생각되었던 탓이다. 이 특수하고 기이한 기록들을 어떻게 ‘미학적이면서 동경을 담은 형식’의 문예 장르 기준에 적용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몇 가지 원칙을 ‘우리끼리’ 정하기로 했다. ‘인권’을 주제로 한 에세이라는 점을 감안해 탈북자들의 글과 북한 인권에 관심있는 남한 사람들의 글을 균형있게 선(選)하자는 것이었다.

전자의 경우, 탈북 경험이나 북한의 실상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기록한 글을 주목했고, 후자의 경우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의 진정성이나 계기가 잘 드러나 있는 글을 우선적으로 선했다. 이같은 원칙을 두고 미학적인 측면과 문체의 측면을 동시에 살폈다.

최우수작, 우수작, 가작을 선하는 데 심사위원들간의 별 이견이 없었다. 특히 탈북수기의 경우, 이 ‘피와 눈물의 기록’이 갖는 진정성은 심사를 하는 동안 할 말을 잃게 했다.

당선작으로 ‘증산 단련대에서의 1년 6개월’을 선택한다. ‘증산 단련대의 참혹한 실상을 증언했다’는 데 의미를 두기보다는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싶다’는 필자의 간곡한 소망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영혼을 울리리라 믿어서였다.

우수상으로는,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소박하면서도 진지하게 서술한 정수정의 ‘사람이 살고 있었네’,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의 공작원으로 탈북자와 북한 인권운동가들을 자기 손으로 북한에 끌고 간 경험을 기록한 한영수의 ‘두 가지 악몽’을 선택했다.

한영수의 경우, 인권을 탄압한 ‘가해자로서의 경험’을 그린 것을 수상작으로 선택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도 했었지만, ‘지옥의 삶’을 살아온 자의 내면 또한 하나의 기록물로써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글은 응모작들 중 문체와 구성력을 드물게 보여주었다.

가작으로 선택한 박순정의 ‘뜻밖에 알게 된 사실’은 중국에서의 여성 탈북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차마 형언할 수 없이 비참한 삶을 겪고 있는 재중 탈북 여성들의 실상이 독자들에게 울리는 반향이 클 것이다.

정영의 ‘김정일 정권, 침묵하면 오만해진다’는 북한의 법과 자유의 문제를 수용소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씨줄 날줄로 엮었다. 주장과 체험의 기록을 혼합한 형식이다.

김옥선의 ‘핑크색 사과’는 ‘핑크색 사과’가 갖는 상징성이 흥미로웠다. 먹지를 못해 젖가슴이 다 말라붙어버려 ‘여성성’을 상실한 북한 여성들이나 기아에 헤매는 북한 어린이들에 비해, 험난한 탈북 과정을 거쳐 한국에서 태어난 손녀의 ‘핑크색’ 타령은 얼마나 호사일 것인가. 그 아이러니를 겪는 필자의 내면은 또한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이순희의 ‘긴 여정 속에서’는 중국에서 뱃길로 한국으로 온 경험을 안정된 문체로 기록한 점을 평가했다. 임학철의 ‘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범한 일상인으로 살아가던 필자가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보여준 글이다.

북한 인권운동가로서의 그의 꿈이 단지 ‘같은 민족’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 인권 활동가들’에게 열려있는 그 ‘개방성’이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축하를 전한다. 아쉽게 선택되지 못한 분들에게는 무한한 격려와 용기를 보낸다. 그들의 ‘존재증명’으로서의 글쓰기가 많은 남한 사람들과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현재진행형인’ 북한 주민들의 현실 앞에서 무슨 ‘참조나 주석’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이 심사후기는 끔찍한 진실들을 재현하는 이 에세이들 앞에서 사실은 불필요하고 무용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사족으로 부치고 싶다.

조영복/광운대 국문과 교수(심사위원장)

수상작 보기

11월 1일 DailyNK를 통해 ‘북한인권 에세이 공모’ 보도가 나간 후 한달 동안 총 34편이 들어왔다. 응모자는 입국 및 재외 탈북자들이 많았다. 국내 대학생, 언론인, 의사들도 출품했다.

‘북한인권국제대회 준비위’는 심사위원으로 조영복 광운대 국문과 교수(심사위원장),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손광주 DailyNK 편집국장 등 3인을 위촉, 12월 5일 심사가 진행됐다.

심사결과 최우수작 ‘증산 단련대에서의 1년 6개월'(최금순)을 비롯, 우수작 2편, 가작 5편이 최종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 최우수작(1편) : ‘증산 단련대에서의 1년 6개월'(최금순)
◆ 우수작(2편) : ‘두가지 악몽'(한영수), ‘사람이 살고 있었네'(정수정)
◆ 가작(5편) : ‘긴 여정 속에서'(이순희), ‘핑크빛 사과'(김옥선), ‘뜻밖에 알게 된 사실'(박순정), ‘김정일 정권, 침묵하면 더욱 오만해진다'(정영), ‘난 자유로울 수 없다'(임학철)

시상식은 9일 오후 4시 신라호텔 ‘북한인권국제대회-서울’ 대회장에서 진행됐다.

※ 수상작 보기

[최우수작] 증산 단련대에서의 1년 6개월(최금순)
[우수작] 두가지 악몽(한영수)
[우수작] 사람이 살고 있었네(정수정)
[가작] 긴 여정속에서(이순희)
[가작] 핑크빛 사과(김옥선)
[가작] 김정일 정권, 침묵하면 더욱 오만해진다(정영)

가작을 수상한 박순정 씨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이며 임학철 씨는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비공개를 요청해 왔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