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1945-1950 북한의 탄생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북한의 무능력은 1990년대 이르러 항시적 가난과 기아의 상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1950년대에는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다.”

9일은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창건된 지 61년째 되는 날이다. 해방 후 3년 간의 혼란과 갈등의 시간이 지난 뒤 1945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선포됐고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돼 북한이 정부수립을 선포하면서 남과 북은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 콜롬비아대 역사학 교수인 찰스 암스트롱의 ’북조선 탄생’(서해문집 펴냄)은 바로 북한의 탄생에 관한 책이다. 북한은 이 책에서 “슬프고 위태롭고 진기한 역사적 유물로서 경제파탄과 기아의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임박한 붕괴의 전망을 버텨냈다”고 평가된다.

’북조선 탄생’은 북한의 기원을 다룬 연구서지만 북한의 기원과 형성을 특정한 요인과 결과가 있다는 식의 인과관계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저자는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5년 간 북한 사회에서 있었던 변화 양상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이며 분석하고, 5년의 시간이 전례없는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북조선 혁명’으로 규정한다. 한국전쟁은 바로 그 혁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자신감의 표현으로 저자는 이를 ’오판’이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북조선혁명이 소비에트 모델이 조선에 이식된 것이라기보다 한반도 토착의 성격이 강했다고 주장하며, 외부의 규정 보다 내부적 역동성을 강조한다. ’조선의 소비에트화’가 아니라 ’소비에트의 조선화’였다는 것.

또한 유교적 전통이 북한 공산주의를 다른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다르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북한은 유물론 보다는 사상을 강조했고, 노동자를 우대하면서도 지식인을 활용했다는 것.

사회주의 건설에서 북한은 교육을 중시하고 물질적 보상보다는 도덕성을 강조했다.

조선의 인본주의적 사상은 60년대 이후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주체사상의 중요한 요소였으며 유교사회의 뿌리 깊은 사회적 위계는 전복됐지만 출신 성분이 중시되는 풍토는 공고하게 유지됐다.

저자는 이처럼 북조선혁명을 근대성이 결여된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북한이 신유교주의적 군주제에서 일제 식민체제로, 이어서 스탈린체제로 이동했다고 정리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우리는 왜 북한의 공산화 과정을 알아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이미 오래전 한계를 드러냈지만, 혁명의 한계는 아직 전면적인 용도폐기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 북한의 독특한 혁명유산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미래의 상황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제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 김연철ㆍ이정우 옮김. 432쪽. 2만2천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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