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한 ‘유령기업’ 활동 활발해 질 것

▲ 북한 최고인민회의 모습

▲ 북한 최고인민회의 모습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제4차 회의’가 11일 폐막됐다.

북한주민들은 물론, 남한의 전문가들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경제정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을 것이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하고, 장성택까지 중국의 개방도시들을 시찰했으니 기대되는 바가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최고인민회의 역시 종전의 회의와 다를 바 없이 형식적으로 끝이 났다. 좀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면 ‘대외경제사업’을 개선 ∙ 강화 했다는 데 있다. 그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내각은 변화된 환경과 현실적 요구에 맞게 대외경제사업을 개선 ∙ 강화하는데 깊은 주목을 돌려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수출기지를 튼튼히 꾸리고 수출품의 품종과 생산을 체계적으로 늘리며 새로운 대외시장들을 적극 개척하고 무역을 다양화, 다각화 해 나가는 한편 선진기술을 들여오는 원칙에서 해외 상공인들과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합영 ∙ 합작도 실현하는 등 ‘대외경제협조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대외경제협조사업은 북한의 ‘유령 기업 활동’

이 긴 문장 속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외시장 적극개척’ ‘무역 다양화 및 다각화’ 등 대외 경제협조사업이다. 여기에 아주 깊은 뜻이 숨어 있다. 그것은 북한의 ‘유령 기업 활동’이다.

북한의 유령 기업 활동을 정확히 정의하면, 북한 내에 기업의 실체는 없고 국외에서 활동하는 공관원들이나 개인이 명함을 들고 다니며 북한에 마치 기업이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다니며 외국 중소기업체와 거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들은 기업의 대표나 무역일꾼인 것처럼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유럽이나 러시아 같은 먼 곳에서 인력이 부족한 중소 기업체들에게 북한 주민들을 소개해주고 임금을 빼앗는 등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달 벨기에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참가 했던 전(前) 조선-체코 신발기술합작회사 사장 김태산씨의 경우를 볼 수 있다.

당시 그는 북한의 25세 미만 여성 노동자 220명과 근무했다. 여성 노동자들의 월급은 국가에서 가져가고 노동자에게는 한 달에 10~13달러를 줬다고 한다. 이 역시 체코 신발기술합작회사와 합의 전에 공관원이 개별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참석한 영국의 유럽의회 핫셀 의원이 김씨에게 “체코 공장 노동자를 당장 구하러 갈 테니 위치를 알려 달라”고 하자 그는 “프라하에서 40km 떨어진 스쿠테츠, 홀리체, 빠르트비체에 등 6개 공장이 있지만 일체 외부의 접촉이 금지됐다”면서 “만약 UN에서 접근하면 그들은 100% 송환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현실을 한국을 비롯한 외국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북한 공관원들이 무역일꾼 행세

다른 하나는 국경을 넘나들며 무역일꾼 행세, 또는 기업의 대표인양 행세하며 밀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북한에서 그의 정체를 보면 무역일꾼도, 기업의 대표도 아닌 공관원 즉 파견원이다. 혹, 친척방문을 목적으로 중국에 나왔다가 중국의 기업과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유령기업의 대표들이다.

북한에서 공관원들이 유령기업체의 사장행세를 하고 다니게 된 것은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거의 모든 기업들이 중 ∙ 소기업으로 사유화 됐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중 ∙ 소기업들이 사유와 됐지만 유독 북한만이 국유화를 고집하고 있다. 국유화된 기업이 외국의 사기업과 거래를 하자면 쉽지가 않다. 서류도 복잡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국영기업들이 국가를 대상으로 상거래를 할 자금도 생산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거래는 각종 세금 때문에 불가능하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 된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북한 기업들이 마치 북한기업도 외국 기업처럼 사기업인양 가장하여 거래를 한다.

이에 대해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중국에서 유령 기업 활동으로 행세 하는 공관원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외경제사업’의 단순한 용어를 ‘대외경제협조사업’이라 색다르게 명명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결론이다.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2000년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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