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 받는 ‘학습조’가 조총련 중추 역할






▲ 조총련이 지난달 관동(関東)지방에서 개최한 비전임일꾼 결의대회 모습
재일동포 귀국사업과 모국(한국)방문사업 등의 여파로 교포들에 대한 조총련의 통제력이 약화됐지만 조총련 세력 약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노골적인 친북 성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총련은 본래 재일 동포들의 권익 대변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는 북한의 대남 및 해외 공작지원을 최우선으로 여겨왔다.


조총련의 대내외 사업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내부적인 지령을 통해 진행됐다. 북한의 조선노동당의 지도를 받으면서 조총련은 비공개조직 및 각 산하단체를 사상적으로 관리하는 등 치밀한 조직사업을 진행해왔다. 


조총련은 북한의 대남, 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의 지도를 받아 오다가 1997년부터  대외연락부의 지도를 받고 있다. 당시 통전부장이였던 강관주가 대외연락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조총련의 관할 업무도 대외연락부로 이관됐다.


강 부장은 1997년, 1998년 두차례 조총련 업무 지도차 일본을 방문했다. 대외연락부는 간첩 교육 및 남파, 남한 내 지하당 구축 등 대남공작 주요부서다. 조총련은 내부적으로 북한 공작부서의 지도를 받으면서 일본내 동포들을 볼모로 대남공작 활동을 조직적으로 펼쳤다. 


실제로 지난 7월 북한 노동당이 대외연락부를 통해 조총련 중앙본부에 총선 승리가 예상되는 일본 민주당에 대한 ‘공략 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주당에 만경봉호 입항 금지 해제를 요청토록 했다는 소식을 산케이(産經)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학습조’, 北 노동당 일본지부나 다름없어


북한이 조총련에 이러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학습조’라는 비밀 조직관리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습조는 1958년 김일성에 대한 충성과 조국통일을 위한 ‘혁명투사집단양성’을 목적으로 조총련 산하에 결성된 비밀 조직이다. 2000년 초반까지 조총련 중앙본부와 지방본부, 산하단체, 사업체 등에 약 1천여 개 학습조가 활동했던 것으로 일본의 공안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학습조는 조총련 조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비밀 조직체로서 ▲조총련의 조직 강화 ▲ 동포들의 이탈방지 ▲대북송금 ▲일본 및 한국에 대한 정치공작 등의 역할을 해왔다.


북한은 학습조를 확충하는 것이 조직강화의 지름길이라는 인식 아래 중앙·지방본부 단위로 강습회를 수시 개최, 학습조원들에게 김정일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정예요원임을 주지시켜 자긍심을 갖도록 했다.


특히 20-30대 조직원들과 상공인에 대해 학습조 참여활동을 적극 독려했다.


조총련 간부출신 재일동포들에 따르면 조총련은 조선노동당의 강령을 실현하는 조직과 다름 없다. 내부에 조선노동당의 일본지부와 같은 중핵조직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학습조라고 설명한다.


학습조는 조총련 내 비공식적 조직으로서 중앙의 ‘학습조지도위원회’를 정점으로 각현본부, 지부와 산하단체와 사업체의 각 기관단위에 3명이상 10명 이내로 세분화되어 있고 상하수직적 관계로 관리된다.


학습조원이면 가족에게도 학습조원이라는 것을 결코 말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학습조원의 수는 중앙의 학습조지도위원회 이외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나 일본 언론에서는 전임활동가나 산하단체, 사업체직원의 30%내외라고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총련의 세력약화로 학습조가 상당히 쇠퇴했을 것으로 보이나 조총련이 북한의 이중대 역할을 하면서도 조직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학습조가 계속해서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일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일의 지시로 학습조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2005년 학습조가 재개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5년 산케이 신문은 학습조는 한 때 회원이 5천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2천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일본 공안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학습조, 대북송금에 관여…北 무기수출 위한 돈세탁 관여도




학습조의 주도적인 지휘아래 조총련이 벌인 사업은 다양하다. 학습조는 기본적으로 김 부자에 대한 우상화 교육실시로 조총련 핵심분자와 회원들의 충성심을 강화시키는 사업을 벌여왔다. 특히 학습조 조직 기반으로 통일사업부를 설치하고 대남공작 및 일본 내 통일전선 구축을 위한 활동을 비밀리에 진행해왔다.


주된 임무는 ▲재일대한민국민단 조직의 와해 ▲대남적화공작 수행 ▲위장평화공세에 의한 통일전선 수행 ▲동북아지역의 북한정부 연락선 구축(잠수함 기지구축) ▲북한의 무기구입과 밀매 직간접적 지원 ▲비합법적 또는 합법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자금확보 등의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조총련 간부들과 상공인들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나 이들에 대한 직접적 지도는 학습조 내 간부가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북한에 대한 불법 수출에 학습조가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포착하고 일본 공안당국이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2003년 산케이(産經) 신문은 일본 ‘세이신기업’이 미사일 추진 연료완성에 필요한 제트 관련 부품을 북한의 인민무력부에 판매한 사례가 있다.
 
또한 학습조 소속 조총련 간부들은 대북송금을 광범위하게 벌여왔다. 학습조 소속 간부들은 북한 노동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재일 조선인계의 신용조합에 강한 영향력 행사해 비합법적인 자금을 축적해왔다. 현재는 조총련계 금융기관이 쇠퇴해 그 규모가 대폭 줄었으나 과거 수억 에서 수십억 엔씩 해마다 북으로 송금됐다.


1999년 4월 나고야 지방법원에서 조총련계 무역상사인 ‘동명상사’ 박일호 사장이 아이치(愛知) 조은 신용조합을 상대로 불법 횡령된 자신의 예금 약 17억 5천만 엔을 반환해달라는 청구 재판에서 아이치 신용조합 경영에 학습조가 깊숙히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판결문에는 “피고(조은 아이치)의 간부는 전부 학습조원에서 등용되었다. 조은 아이치는 금융기관으로서 본래의 업무 이외에 조총련의 활동자금이나 북한에 돈을 보내는 특수임무를 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에서 박 사장은 “나의 예금이 대북송금이나 한국의 유학생 조직, 일본내 친북계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에 쓰였다”고 폭로했다 


이와 함께1999년 일본 자민당 내 외교부 회의에서 공안관계자는 학습조에 대해 “전국에 약 1000개 조직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前) 일본 공안조사청 조사 제2부장 스가누마 고코(管沼光弘)씨는 2001년 11월 15일자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그동안 은밀히 제3세계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라는 돈세탁 장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2년 3월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중의원도 조은이 파산된 이후 개편, 통폐합된 새로운 신용조합 이사장들이 학습조 소속이라고 밝혔다.

당시 마에하라 의원은 “조총련은 간판일뿐 실제로 조총련을 운영하는 것은 학습조다.  하나신용조합의 새로운 이사장도 학습조 소속의 간부이며, 미래신용조합도 같은 학습조의 간부다. 뿐만 아니라 효고히마와리신용조합의 이사장이 된 사람도 상공회의 학습조 소속”이라고 밝혔다.


조총련 소속이였던 재일동포들에 의하면, 조총련계 신용조합협회는 조선노동당의 조직인 학습조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권이 사실상 북한의 수중에 장악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이는 조선노동당의 조직이 일본내에 존재하며, 그것이 신용조합을 통괄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불법으로 간주된다. 김정일의 지시로 학습조가 2002년 폐지됐다가 2005년 부활된 것도 대북 송금을 위한 자금 조달과 조직강화, 대일 공작을 강화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일본 공안당국은 보고 있다.


◆조총련, 北 100일전투 등 대중선동사업 그대로 답습









조총련 학습조의 책임자로
알려진 허종만 책임부의장.ⓒ연합

조선 노동당의 지도를 받는 다는 것을 반영하듯 조총련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진행하는 대중 선동사업 등을 그대로 실시하고 있다. 올해 북한이 추진한 150일전투와 이어 진행된 100일전투 뿐만 아니라 조국의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2012년에 조총련도 제 2의 전성기를 구축해야 된다는 운동이 조총련 내에서 전개되고 있다.
 
조총련은 ‘조국의100일전투 등을 본받아 총련의 제 2의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며 회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비전임회원들(비상근회원)의 활동과 조총련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제 2전성기 구축을 위한 내부조직강화 활동 등은 조총련 내 학습조 간부들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조총련에 대한 동포들의 외면심화로 세력 약화에 위기의식을 느낀 조총련 중앙간부들은 제2 도약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총련 중앙본부 허종만 책임부의장, 남승우 부의장, 여성동맹중앙 위원장 등이 각종 결의대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조선노동당 결의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북한의 김부자 절대화와 우상화 내용을 그대로 조총련 회원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즉, 조선노동당이 북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전하는 내용을 조총련이 회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해 선전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총련 중앙핵심 간부인 허 부의장 등은 최근 ▲조총련의 제2전성기를 위한 100일 운동 ▲조총련 조직강화를 위한 기층조직 정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2012년에 맞혀 조총련 세력강화 ▲조국(북한)에 유리한 정세를 만들기 위한 선전사업 독려 ▲총련 회원 확대와 회비 납부 독려 ▲조선신보와 잡지 ‘이어’의 독자 확충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허 부의장은 대북투자와 대북송금 등을 주도했으며, 조총련 학습조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도쿄 조선회관에서 열린 관동(関東) 지방 비전임일꾼 모임에서 허종만 책임부의장은 “여성동맹의 비전임일꾼들과 분회장들은 몸의 고달픔도 자기 희생도 무릅쓰고 오직 김정일 장군님께 충성을 다하여 총련의 애족애국사업에 헌신했다”며 “장군님의 불면불휴의 선군영도로 조국의 강성대국건설에서 눈부신 비약과 혁신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 부의장은 “조국인민들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2012년에 우리도 총련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야 조선의 해외공민, 해외일꾼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며 ‘100일운동’을 힘차게 벌일 것을 독려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