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삼지연 얼음축전, 주민들 노고에는 일언반구 없어

소식통 “야간에도 횃불 들고 톱으로 얼음 썰었다”

삼지연 얼음조각 축전
김정일 생일 맞이 양강도 삼지연군에서 진행된 얼음조각 축전(축제) 모습. /사진=조선의 오늘 캡처

지난 10일부터 양강도 삼지연에서 진행된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경축 얼음조각 축전 준비 과정에서 이 지역 주민들이 필요한 경비를 거둬 내고 한 달간 고된 노동을 했는데도 직접 얼음을 조각한 인민보안성(경찰) 연대(돌격대)만 띄우는 분위기에 주민들이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 등은 광명성절 경축 얼음조각 축전 내용과 빙설조각 사진 등을 크게 전하면서도 주민들이 축전 준비를 위해 들인 노력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14회째를 맞는 삼지연 얼음 축전에는 김정일을 추앙하는 작품을 비롯해 2000여 점의 다양한 동물과 도자기 등의 형상을 조명과 함께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1000여t의 얼음과 4000여t의 눈이 재료로 쓰였고, 제작 기간은 40일에 달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얼음축전은 장군님 생일 기간 최고의 자랑거리가 됐지만 주민들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에 삼지연 강바닥에서 얼음을 캐서 나르고 개인 돈을 낸 것은 말도 꺼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삼지연군 인민위원회와 삼지연꾸리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2.16사단은 이번 축전 준비에 필요한 얼음 조각을 보안성 연대 외에도 공장기업소와 주민들에게 조국을 자랑할만한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제작하라는 과업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직장에서는 전기도 없이 저녁에 횃불까지 들고 강가에 나가 얼음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강에서 얼음을 실어오지 못한 인민반에서는 수백 kg에서 1, 2톤까지 달하는 얼음조각을 바치기 위해 냉동 업체에서 얼음을 구입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얼음은 1톤당 중국돈 100원~250원을 주고 구입했다. 작은 얼음덩이는 강에 나가서 곡괭이로 깨고 톱으로 썰어서 갖다 바쳤다”고 말했다. 삼지연 주민들은 보안성 연대와 별도로 얼음을 캐내고 바치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얼음조각 가공에 필요한 일부 설비와 공구 구입, 조각 작업을 진행하는 보안성 연대의 식품, 의류 등의 후방 물자 지원도 주민들이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얼음조각 축전 준비를 하면서 직장에서 노동자 1인당 (북한돈) 8000원~12000원(쌀 1, 2kg 정도)를 바쳤다. 음력설에 삼지연군만 특별히 물자를 공급했는데 주민들 고생하는 것을 보면 당연히 할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