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설치 부푼 꿈, 지금 신의주는 북새통

▲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 전경

“신의주가 제2의 홍콩이 된다더라.”

2002년 9월 양빈(楊斌 )의 체포로 불발된 신의주 특구가 김정일의 방중 후 재추진 소문이 퍼진 가운데 주민들의 움직임이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20일 단둥(丹東)에 온 북한사업가 김모씨는 “아직 중앙에서 공문이 떨어지진 않았으나 신의주는 특구준비로 분주하다”고 말했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신의주에 화교들이 많아 주민들 사이에는 벌써 ‘신의주가 제2의 홍콩이 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기관 산하 외화벌이 단체들이 속속 입주하고, 소개령(疎開令)을 받은 일부 주민들이 떠나는 동시에 평양과 다른 지방에서 들어오는 신(新)거주자들로 물갈이가 한창이라는 것.

이 때문에 지금 신의주는 각종 불협화음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신의주 뜨면 10년은 고생”

우선 도급(道級)기관 일꾼들이 신의주를 뜨지 않으려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특구가 들어설 경우, 도급 기관들은 남신의주로 가야 된다고 한다. 북한은 이미 86년부터 도 소재지를 이전한다며 남신의주 건설을 추진했지만, 주택용 아파트 십여 동만 지었을 뿐, 이렇다 할 도시구획을 갖추지 못했다.

도급 기관들은 발령이 나면 당장 짐싸들고 건물 하나 없는 남신의주로 가야 한다. 허허벌판에 건물을 짓고 정상업무에 들어가자면 최소 10년은 고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시급(市級) 기관의 표정은 밝다. 이들은 앞으로 특구 행정업무를 담당할 기관으로 내심 자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도(道)인민위원회, 도 보안국, 도 보위부를 비롯한 도급기관의 지시를 받지만, 일단 분리되면 도급 건물을 차지하고 중앙 직속의 직할시로 된다는 희망에 차있다. 나진-선봉(나선) 자유경제무역지대처럼 신의주가 북한 최대의 먹을 알(노른자위) 있는 지역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급 간부들이 특구 설치에 대비, 중앙당과 도당의 인맥을 동원, 시급기관으로 옮겨 앉으려는 청탁(로비)에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기업해보자’

반면 신의주 화장품 공장과 신의주 신발공장, 화학섬유공장을 비롯한 큰 공장들은 해외자본 유치와 합영-합작 준비에 들떠 있으며, 간부들은 ‘제대로 된 기업을 해보자’며 벼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도 걱정이 많기는 마찬가지. 특구가 설치되면 중앙에서 간부들이 대거 현장 간부로 파견돼 올 경우,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나진-선봉 특구 설치 때도 중앙에서 핵심 간부들이 대거 파견되어 내려왔다.

또 중소기업과 지방산업공장들은 무역회사로 전환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금 신의주의 무역기관들은 약 150 여개. 앞으로 정식으로 특구가 설치되면 훨씬 많은 무역기관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신의주의 다른 소식통은 또 “김정일의 무역허가를 받은 인민무력부,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중앙 무역기관들은 이미 신의주에 지사를 개설, 수완 있는 현지인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대방(무역업자)을 잡기 위해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을 물색하는 등 분주하다”고 전했다.

신의주 집값 벌써 폭등세

지금 신의주 주민의 소개(疎開) 상황을 보면, 2002년에 1차로 천마군과 곽산군, 동림군 등 신의주 주변지역으로 옮겨진 상태이며, 2차 소개대상들은 빠른 시일 내에 이주될 전망이다.

여기에도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평양을 비롯한 다른 지방 주민들이 신의주로 거주지를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신의주의 신규 입주자는 소개된 사람 수만큼 받아들여야 하는데, 중앙과 도당의 연줄을 잡고 미리 입주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시장이 들어설 시내 중심가의 집값은 이미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국가 소유지만, ‘명의변경’ 형식으로 암암리에 매매되던 신의주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다. 중심가인 5.1 거리의 아파트는 2천 5백만원~ 3천만원(8천~1만달러), 남상동 ‘화교촌’의 2~3층짜리 독립가옥은 수만달러를 호가한다고 한다.

한편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 소개령을 받은 주민들은 지금 쓰던 집을 처분하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매물로 내놓은 집이 처리되지 않아 인민반, 기업소 상대로 싸움을 벌이다 ‘주택매매 금지’ 시범 케이스에 걸려 강제 추방당한 경우도 여러 세대가 된다고 한다.

주민 소개를 책임진 시 보안서는 행정력이 달려 각 인민반장들에게 별도로 지시, 구역내 무직자와 불량자들을 솎아내라고 매일과 같이 독촉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권정현 특파원=중국 선양(沈陽)kyj@dailynk.com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