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피해에도 간부들은 먹자판·술판 벌여…주민 ‘공분’

지난해 8월 폭우로 인해 두만강 수위가 올라간 모습. /사진=데일리NK

지난달 중순부터 계속된 장마로 북한 국경 지역에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수습에 나서야 할 당과 행정기관의 간부들이 대충 현장을 둘러본 뒤 먹자판을 벌여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연이은 장맛비에 김형직군과 김정숙군과 같은 국경연선 일대에 농경지가 침수되고 인명피해도 발생했다”며 “이 와중에 책임일군(일꾼)들이 피해복구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돼지를 때려잡고 술판을 벌여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김형직군과 김정숙군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빗물이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까지 흘러들어 개울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산골짜기 후미진 곳의 개인 집들은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고 물에 잠기는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김형직군 상창노동자구에서는 며칠간 연속으로 내린 비에 물이 불어나면서 어른 14명과 아이 2명 등이 떠내려가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으며, 산등성이를 일궈 붙인 개인 밭의 30%가 폭우에 떠밀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농장 밭 과반수가 침수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특히 산골짜기 안쪽에 있는 상창광산의 부업지와 일반 농장 밭은 초토화되듯이 물에 잠겨 옥수숫대의 끄트머리만 한들거리는 전경도 펼쳐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다음 날(5일) 오전 군(郡) 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피해복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에 몰려왔으나, 사태를 수습한답시고 노동자들과 주민들을 전부 끌어다 피해지역에 투입하고는 이내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군 당위원장을 비롯한 군 안의 책임일군들은 주민들을 불러다 놓고 피해지역을 한시바삐 원상 복구해야 한다면서 매일 5시간씩 도로와 하천정리, 방뚝(제방) 쌓기 등에 동원되라고 지적하고 그다음 행로로 80kg짜리 돼지를 잡아 먹자판과 술판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에 주민들은 “삽자루 한 번 안 쥔 사람들이 차를 타고 멀리서 둘러만 보고도 큰일을 한 것처럼 돼지를 때려잡아 먹자판을 벌이고 달아났다” “이들이 도대체 인민의 충복이 맞느냐”면서 울분을 토해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어떻게든 굶지 않고 살아보려고 악착같이 허리띠를 조이고 비료와 강냉이(옥수수) 종자를 사서 심은 주민들은 장마 때문에 농사가 망해 밤잠도 자지 못할 정도인데 간부들은 집에서도 떵떵거리고 밖에 나와서도 주위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먹자판을 벌이니 화가 치민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고 이동도 금지돼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재해까지 겹쳐 더욱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