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핵보유국, 미국도 무섭지 않다”

북한 핵실험 이후 군대와 정권기관, 북한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제는 미국과 대결해도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북한 주민의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해 큰 재산을 모은 북한 OOO무역회사 대방(對方-무역업자) 김명국(가명·41) 씨는 19일 단둥(丹東)에 나와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핵 보유 이후 높아진 체제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미국 사람들이 암만 기래(제재해)야, 조선사람들은 보지(상대하지)도 않아. 이제야 핵무기도 있는데, 싸움해도 다 이긴다고 생각해. 여기 군인들도 그렇고 말이야” 라고 객기어린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핵무기가 있는지 주민들 모두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말투로 “조선사람들 중에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갓난 애들 빼고 다 알지. 이제 미국놈들 같은건 보지도 않는다. 핵무기 갖고 있는데 누가 무섭겠는가”라며 큰 소리를 쳤다.

김씨는 소위 북한에서 잘 나가는 부유층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 부유층의 핵실험에 대한 자신감은 국제사회의 제재 가속화로 체제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외부의 전망과는 상반된다.

핵실험 후 북한시장엔 쌀 과 중국산 상품 차고넘쳐

김씨는 국경지역과 내륙지대를 포함한 북한군인들과 주민들이 미국과의 대결과 전쟁에서 북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 씨의 태도는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핵무기냐’고 말하는 일반 주민들의 반응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통 북한에는 먹고 살기 어려운 주민들과는 반대로 북·중, 북·일 무역으로 떼돈을 번 신흥부자들이 10%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 정권기관의 비호 아래 부자가 되면서 김정일과 현 북한체제에 대한 강한 집착성향을 보인다.

또한 김 씨의 이같은 반응은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이 실질적인 무역 제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서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핵 실험 후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김씨는 “아무 일도 없으며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쌀값도 1천원대에서 안정돼 있고, 시장에 물건이 넘쳐나니까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국제사회의 제제로 북한이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중국과의 정상적인 무역을 할 수만 있다면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씨의 이 말은 북한 경제에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김 씨가 핵실험 이후 북한 군대와 정권기관, 상류층이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는 발언은 김정일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여타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핵개발에 모든 국정운영의 초점을 맞춘 이유를 잘 대변해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