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영상 확산에 청진 일대가 발칵”…스텔스 USB 이용된 듯

USB. /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영화, 드라마, 음란물 등이 담긴 USB가 확산돼 당국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USB를 통한 외부정보가 일반 주민들 뿐만 아니라 보안원(경찰), 보위원(한국의 국정원 직원 격)에게까지 퍼져 청진시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7월 말 청진에 사는 한 보안원이 음란물 USB를 가지고 있으면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돌려보다 발각됐다”면서 “이 음란물이 들어 있는 USB는 보안원뿐만 아니라 보위원들도 많이 본 것으로 확인돼 당국이 대대적인 검열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외부정보 단속과 차단의 일선에 서 있는 보안원과 보위원이 연루된 만큼 기강 확립과 체제 보위 차원의 검열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조사 결과 보위원과 보안원들이 회수한 물품을 없애지 않고 자기들이 먼저 보고 주변에까지 퍼뜨렸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당국이 USB를 확산시킨 자들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잡힌 사람들은 청진시에 있는 한 건물의 지하실에서 취조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곳에는 들어가면 무조건 관리소(정치범 수용소)행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형법(제183조)은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 춤, 그림, 사진, 도서, 녹화물, 전자매체 등을 허가 없이 외국에서 반입하거나 생산, 유포, 보관한 행위를 한 자에게 최대 노동교화형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때때로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되면 자의적으로 법정최고형을 넘어선 정치범 수용소행에 처하거나 심할 경우 본보기로 사형을 집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연루됐을 뿐만 아니라 해당 USB에 한국 및 외국 영화와 드라마까지 있던 것으로 전해져 북한 당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진시 일대에 확산된 영화나 음란물 등이 담긴 USB가 특수한 기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식통은 “USB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 처음에는 나오지 않았었다”면서 “전자제품에 능한 주민들이 데이터를 복구해 USB, CD에 옮겨서 돌리기 시작하면서 대대적으로 퍼지다가 일이 터진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삭제된 데이터를 완전한 상태로 복구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며 특히 데이터의 저장과 삭제가 자주 반복되는 USB의 특성상 삭제 파일을 데이터 손실 없이 완벽하게 복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처음에는 공(空) USB로 보이다가 몇 번 꽂았다 뺐다를 반복하면 내용이 나오는 이른바 ‘스텔스 UBS’가 이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이터를 복구해 영상 파일을 복사·전송한 것이 아니라 관련 작업 중 USB 삽입-제거를 반복하다 파일이 스스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한 이 경우엔 데이터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영상물을 이용하거나 복사하는 데 제한이 없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소식통은 “쓰다가 며칠 뒤에 내용이 떠오르는 메모리가 문제가 돼 현재 (당국이) 단속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텔스 USB 기능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일부 북한 주민들이 이를 데이터 복구를 통한 파일의 복사·전송이라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