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영웅보다 행동하는 개가 낫다”

▲함경북도 연사-무산 철로를 달리고 있는 화물열차. 목재를 나르는 화물열차에 수 십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데일리NK

한겨울 북-중 국경지역은 산림초목이 사라진 산등성이로 몰려드는 바람이 매섭다. 몇겹의 솜옷을 껴입고도 주민들의 어깨는 잔뜩 움츠려 있다.

특히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혹한기에도 국경지역 마을의 굴뚝에선 연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추운 몸을 따뜻하게 녹일 온기가 없다는 것은 적지 않은 고통이다.

고공비행중인 생활물가에 서민들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 월동물품 장마당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50~100% 상승했다. 탄광이 많은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무연탄 가루 한 수레에 1만5천원 ~ 2만원 사이다.

4인 가족 1세대가 겨울 한철을 나기 위한 최소 난방비는 1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겨울이 되면 각 역에 석탄 도둑이 늘어난다.

이번 겨울에는 배추값이 비싸 김장을 못한 세대도 늘었다. 12월 평양 선교구역 장마당에서는 중국산 배추 1포기가 500원씩 팔렸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장이란 ‘김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겨울철 부식물이 전무한 상황이니 김치가 곧 식량이다.

김장철에 김장을 못하면 1~2월에는 아예 야채를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다.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는 김장으로 버텨야 한다. 최소 1인당 100kg 정도의 배추, 무우를 확보해야 겨울철 식량 걱정을 떨칠 수 있다. 소금, 고춧가루, 맛내기까지 고려하면 4인 가족 1세대의 경우 김장 비용이 20만원은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1kg에 1,300원을 오르내리는 쌀값도 여전히 시름거리다. 옥수수 1kg에 500원이 넘고 있다. 그래도 주민들의 발걸음은 늘 바쁘다. “앉아 있는 영웅보다 돌아다는 개가 낫다”는 민초들의 구호는 사람들을 장마당에 나가게 하고, 스스로 돈벌이를 찾도록 독려하고 있다.

생존에 대한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교통수단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비록 80년대와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이제는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각종 ‘써비차’가 손님을 기다린다. 역무원에게 뇌물을 주면 기차표를 구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난 여행자 최금숙(가명) 씨는 “지금 백성들의 불만은 ‘왜 간부들은 먹고 살기위해 돌아다니는 백성들을 이토록 통제하는가?’라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는 묵직한 의미가 담겨있다.

“나도 이렇게 돌아다녀보니까 우리가 왜 이렇게 못사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다니는 것이 많으니까 눈에 보이는 것도 많고,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아지니 생각도 바뀌더란 말입니다. 핵이고 선군이고, 이제 백성들은 ‘개방한다’는 말이 아니면 (국가 정책에 대해)아무 것도 믿지 않습니다. 백성들이 이제 제 각각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했으니 국가가 제도만 바꿔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함경북도 무산으로 향하고 있는 양강도 화물차. 좌측 여성 왼편으로 한국산 원조쌀이 보인다.ⓒ데일리NK

▲이제 자전거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방학중인데도 책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의 풍경이 이색적이다.ⓒ데일리NK

▲’고단한 뚜벅이 배낭족’. 북한에서 배낭을 매고 걷는 사람들은 세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여성이며, 둘째는 가난하고, 셋째는 세대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데일리NK

▲신의주 선착장에서 신정연휴(1월 1일~3일) 기간에도 선박 보수에 힘을 쏟는 기술자들의 모습 ⓒ데일리NK

▲신의주 압록강 강변에 설치된 휘발유 저장통. ⓒ데일리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