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회부 이란 核, UN제재까지 ‘험난한 여정’

▲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로이터통신

이란 핵을 둘러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란과 EU간의 회담은 아무런 구체적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났으며, 미국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독자 노선을 추구하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자신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후원을 당부했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과 강대국들이 이란의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고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핵 개발은 에너지 개발을 위한 평화적 목적”임을 재차 강조했다.

쿠웨이트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중동이 “핵무기 자유 지대”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야말로 중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이며, 미국의 핵 무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중동 평화의 우선”이라고 미국을 향해 거침없는 공세를 펼쳤다.

미국 또한 연일 이란 핵문제에 대한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니컬러스 번즈 미 국무차관은 6일 헤리티지 재단 연설에서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란 핵문제는 유엔 안보리 제재 수순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7일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이 직접 이란 핵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딕 체니 부통령은 이란 정권을 ‘광신적 정권’이라고 지칭하며 “이란 국민의 민주주의 요구가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을 교체할 것”이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뿐만아니라 “이란 핵을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발언은 이라크 전 때와 같은 무력사용 불사의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체니 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여러 소식통들 사이에서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나토의 공습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면돌파 하기엔 美 부담 커

곤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우라늄 농축은 결코 수용될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무기 개발을 단호히 막아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8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이란 핵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하기로 결정, 이르면 다음 주부터 논의될 예정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논의가 시작된다면 무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이 타진될 것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중국의 경우, 비록 유엔 안보리 회부에는 찬성하긴 했지만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중국은 이라크에서 미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대안으로 이란 석유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상당히 공을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도 핵 우라늄 농축을 대행하되 핵 기술을 전수한다는 독자적 타협안이 이란에 의해 거부된 상태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이란 제재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EU 또한 이란의 강경 행보에 전혀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대화를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이라크 정국 혼란의 부담과 교착 상태의 북한 핵문제 그리고 최근 인도, 파키스탄 핵까지 두루 다루어야 하는 미국이 과연 이란 핵문제를 어떤 수순으로 끌고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