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직업…北 ‘라디오 봉인 푸는 사람’

라디오 봉인을 풀어주는 직업! 이런 직업이 북한 외 다른 나라에도 또 있을까?

북한은 외부 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라디오를 구입하게 되면 반드시 인민보안성(경찰서)에 신고하여야 한다. 이 신고된 라디오는 북한의 공식 방송 주파수 하나에 채널이 고정된다. 채널 고정을 위해 아예 납땜을 해버린다고 한다. 즉 북한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은 이 고정 주파수 하나밖에 없다.

북한의 라디오 방송이란 것이 대개가 수령님 찬양 일색이기 때문에 정말 재미가 없다. TV도 채널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고 라디오 방송과 같이 수령님 찬양 일색이어서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북한에 책이 많은 것도 아니다. 평양 출신 한 탈북자로부터 평양에 서점이 단 세 개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점에 가도 김일성 선전 관련 책 말고는 별로 책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노래 테이프도 거의 없고 영화, 드라마 CD도 별로 없다. 이러니 여유 시간이 있는 북한 주민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최근에 이런 여유 시간을 해외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해외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납땜이 되어 있는 고정 라디오 주파수를 풀어야 한다. 이런 연유로 라디오 봉인을 전문적으로 풀어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걸 풀어주는 데 북한 돈 1만 8천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이를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6~7$ 정도 된다. 북한 공무원들의 공식 한달 월급이 2~3,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비싼 가격이다.

이처럼 가격이 비싼 이유는 납땜을 풀어주는 기술이 고도의 첨단 기술이어서가 아니라 그 만큼 발각되었을 때 처벌 리스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북한에서 외국 방송을 듣다 걸리면 라디오는 회수하고 1~3개월 정도의 강제 노동에 처해진다고 한다. 이는 과거 정치범 수용소에 보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완화된 처벌이다. 이처럼 처벌이 완화된 것도 북한의 외국 라디오 청취자를 증가시키게 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어쨌든 라디오 납땜을 풀어주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라디오 듣는 사람들보다 훨씬 엄할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봉인 제거 가격도 비싸지는 것이다.

북한이 외국 라디오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 김정일이 집권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런 변화가 올 수 있을까? 제일 바람직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외국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게 되어 봉인을 제거하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힘들다면 북한 당국이 외부 라디오 청취자에 대한 처벌을 더욱 완화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그럼 봉인 제거 가격도 그만큼 더 내려갈 것이다.

하태경/열린북한방송 사무총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