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 시(市) 승격, 김정은 우상화 강화 전략의 일환”

소식통 “대내외에 '조선혁명 발원지' 과시 의도...몇 년 전부터 시 승격 소문 돌아”

김정은 삼지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가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최근 대규모 관광 특구로 재개발한 양강도 삼지연군(郡)을 시(市)로 승격한 가운데, 삼지연이 행정적으로 승격된 배경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를 꾀하면서 동시에 관광특구로서 대규모 관광객을 받기 위한 법적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북한)에서 양강도 삼지연군을 삼지연시로 할데 대하여 결정했다”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전날 정령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삼지연군을 시로 승격한 배경에는 일단 이곳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꼽힌다. 삼지연은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행정구역상 김일성의 항일투쟁전적지인 ‘백두산’이 위치한 곳이면서 김정일의 출생지가 있는 ‘백두산 밀영’도 포함된 곳이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는 백두산이 있는 삼지연은 ‘조선 혁명의 발원지’이자 ‘주체혁명 위업의 시작점’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평양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삼지연은 수령님(김일성)께서 일제에 대해 조국 광복의 대사변을 진두지휘하신 곳”이라며 “이를 전 인민들에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장군님(김정일)의 고향도 있는데다가 ‘백두산 3대 장군’의 거룩한 발자취가 깃들어 있는 곳이니 정치적으로 의미가 상당한 곳”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권을 잡기 이전만 하더라도 북한에서 ‘백두산 3대 장군’이란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김정일의 생모)를 의미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지난 2017년 8월 14일 제5차 ‘백두산위인칭송국제축전’을 통해 김 위원장을 ‘또 한 분의 백두산 위인’이라고 칭하는 등 김 위원장을 ‘백두산 3대 장군’에 편입하고자 시도했다. 이 대회 이후 북한 주민들은 ‘백두산 3대 장군’에 김 위원장이 포함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 당국이 삼지연의 행정적 위치를 상승시킨 것은 북한 당국이 ‘백두산 3대 장군’의 발자취가 있는 곳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를 꾀하고 동시에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 당국이 삼지연을 관광 특구로 재개발한 만큼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법적, 행정적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대대적인 건설 작업을 통해 삼지연을 관광 명소로 꾸렸지 않았냐”며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이 방문하기 전에 체계를 만들어 놓겠다는 계획도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또 “과거에도 삼지연을 시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아무런 계기도 없이 아무것도 없던 산골을 시로 승격시킬 수는 없었다”며 “원수님(김 위원장) 때 들어 관광 명소로 꾸리기 위해 공을 들였고 이전보다 완성된 지역으로 거듭났다는 판단에 따라 승격 단행을 한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거 김정일 시기에도 북한 당국은 삼지연에 혁명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삼지연을 시로 승격하고 싶어했지만 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이 시작되면서 당시에는 삼지연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삼지연군이 평양시의 한 구역으로 개편된다는 소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지연에는 김 위원장의 특각과 초대소가 있어 이를 지키는 호위국 성원들과 가족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 이번에 백두 밀영동으로 지정된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평양 92훈련소에서 모든 공급을 받고 있는 등 평양시의 혜택을 그대로 누리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삼지연이 시로 승격된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양강도 소식통은 “삼지연군이 평양시 소속이 된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돌았다”며 “2018년 1월에는 삼지연군을 평양시 내 한 개 구역으로 개편시켜 배급을 비롯한 모든 공급까지 평양시와 똑같이 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지연 주민들은 2018년 이후부터 삼지연이 시(시)로 승격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