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광에 조선시대 ‘야장간’ 다시 나타나…무슨 일?

'자력갱생'으로 부속품 마련…석탄 증산 요구에 "맨손으로 석탄 캐내라는건가" 불만도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의 모습. 상품을 두고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 오른편에 석탄가루가 쌓여 있다. /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최근 북한 연합기업소 산하 일부 탄광에 19세기에나 볼 수 있었던 야장간(대장간)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득장지구탄광연합기업소 산하 탄광들에 석탄생산에 필요한 망치, 스패너, 삽, 안전모, 안전등 등 소공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자력갱생 지령이 하달돼 탄광 공무직장에 전기도 쓰지 않고 인력으로 풀무질을 하는 전통 야장간이 생겨났다.

탄광에 조직된 공무직장은 주로 생산에 필요한 기계 설비를 관리·보수하고 부속품과 공구를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력 사정 악화와 가공설비의 노후화, 자재 부족으로 수십 종, 수백 점에 달하는 부속품과 소공구를 보장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야장간을 다시 세우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탄광이나 군부·외화벌이 회사가 경영하는 탄광에서는 시장을 통해 중국산 소공구들을 구입해 보장하고 있지만, 연합기업소 산하 탄광에서는 자력갱생만 강조할 뿐 소공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탄광 당 위원회는 ‘없는 것은 만들어 내고 부족한 것은 찾아내면서 탄광을 물질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투쟁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면서 “일부 지역 인민위원회를 통해 지원물자가 들어오고는 있지만 사용할만한 것이 없어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탄광이 자체적으로 ‘자력갱생’을 추진해 자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당국의 석탄 생산성 향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탄광들에서는 만성적인 전력난과 설비 노후화로 인한 가동 불능으로 석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지에서는 ‘설비와 자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도 석탄 생산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내 일부 탄광들에서는 갱내 석탄 운반을 위한 벨트컨베이어 가동에 필수적인 감속기 축과 벨트, 베어링 등 부품이 보장되지 않아 생산한 석탄을 운반하지 못하고 있고, 탄차와 압축기, 착암기를 비롯한 각종 설비와 용접봉 등 자재, 부속품 부족으로 굴진이 선행되지 못해 탄장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인들에 의하면 전력이 부족한 것도 (석탄 생산 차질의) 원인이지만, 문제는 돈이 있어도 어디 가서 설비 수리에 필요한 자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탄광연합기업소 경영자들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석탄 증산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자들은 ‘맨손으로 석탄을 캐내라는 것인가’라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광, 석탄
북한 평안북도 룡등탄광 탄부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거론해 석탄 증산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자력갱생을 통한 부속품 및 소공구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 신문은 이날 1면에 ‘석탄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부속품을 더 많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덕천탄광기계공장의 일군(일꾼)들과 노동계급이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석탄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부속품, 소공구 생산에서 보다 큰 전진을 이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공장에서는 없는 것은 만들어내고 부족한 것은 찾아내면서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자체의 힘으로 뚫고나가며 막장작업의 기계화비중을 높이는데 필요한 수십 대의 설비와 많은 양의 막장공구를 생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지금 공장의 일군들과 노동자, 기술자들은 석탄생산투쟁이 힘 있게 벌어지고 있는 막장들에 더 많은 설비와 부속품을 보내주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선 21일에는 ‘새 탄밭마련에 화력을 집중’이라는 기사를 통해 “석탄공업부문의 노동계급은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새 탄밭 마련을 위한 굴진을 과감히 벌리고 있다”며 “연합기업소 아래 탄광들에서는 자체의 실정에 맞게 굴진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쟁열풍을 세차게 일으키며 총돌격전을 벌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신문은 ‘기계화비중을 높여 더 많은 석탄을’(5월 13일), ‘더 많은 석탄을 화력발전소들에’(5월 11일), ‘화력탄증산투쟁으로 들끓는다’(5월 2일)는 기사를 내보내는 등 석탄 생산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한 노동자들의 결의를 고취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