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송, 100세 노인 취재 중 ‘장군님 덕분’ 말 없자 쩔쩔매

사전 기획 인터뷰 무산...소식통 "주민들, 웃음거리로 삼아"

평양 지하철역
평양 지하철역에서 노동신문을 보는 북한 주민들

북한 방송 기자들이 100세 장수 노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인터뷰 발언이 나오지 않아 촬영에 큰 어려움을 겪은 해프닝이 있었다고 함경북도 소식통이 14일 전해왔다.

이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1월 중순쯤 중앙 방송 기자들이 함경북도 온성군에 살고 있는 백 세에 이른 노인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노인이 준비된 발언을 하지 않아 촬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이 평양에서 내려온 방송 기자들이라고 밝힌 이들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북한에서 드문 100세 고령자를 취재하기 위해 온성군을 방문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100세 노인은 매우 드물어 체제의 우월성과 김씨 일가의 은덕을 선전하는 소재로 활용되기에 충분하다.

이 기자들은 사전에 지방 당과 정권기관, 지역방송 기자들과 취재 내용을 고지해 사전에 노인과 충분한 교감이 이뤄졌을 것으로 간주하고 노인의 살림집을 방문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전에 정해진 각본대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이 노인은 ‘김일성, 김정일 대원수님들의 배려로 오래 살게 됐다’는 내용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노인은 촬영 과정에서 마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을 하고, 주변에 있는 자식들이 장수 질문을 거듭 묻자 “어릴 적부터 튼튼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빨이 좋아서 음식을 잘 씹어 먹었다”는 말만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송 기자들은 사전에 기획한 인터뷰 내용을 촬영하지 못하고, 그 내용은 자식들의 촬영 발언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들은 노인이 정신이 흐려서 그렇다고 변명을 했지만, 주변에서는 ‘평소에 귀도 밝고 총기도 있는 늙은이가 별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젊은 사람이면 아마 큰 문제가 되겠지만 노인이라 그런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서 “(다만) 주민들 속에 이 소식이 한입 두입 건너 전해져 주민들이 웃음거리로 삼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