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도시 ‘부동산 중개인’ 등장

최근 북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매매가 활성화됨에 따라 사설 중개인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주민들이 증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에 북한에 ‘신흥부자’가 등장하기 시작, 크고 좋은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의 주택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주택매매를 알선해주는 사설 중개인이 등장했으며 ‘전업 중개인’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The Daily NK 특파원과 함경남도에서 온 원춘식(가명. 42세)씨와 일문일답.

-어디서 왔나?

“함경남도 A시에서 왔다.”

-직업은?

“요즘 세상에 직업이 어디 있나? (웃음) 그저 돈 되는 거면 이것저것 다 한다. 나는 조그만 사진관의 사진사다. 비데오 카메라 찍는 사람과 동업하고 있다.”

-그럼 주택 중개업을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우리는 아직 ‘주택 중개업’ 같은 말은 없다. 중국처럼 무슨 ‘중개업소’를 차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집을 팔겠다는 사람에게 살 사람을 소개시켜주고 몇 푼 챙기는 식이다. 나는 사진사라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까 아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팔려고 하는데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알아봐달라고 해서 사람을 소개해주다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럼 중개료를 받나?

“물론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소개해주면 조금 더 받는다. 지난 번에는 1만 5천원(북한 원)까지 받아봤다. H시의 도당 간부가 평양으로 들어가면서 판 집인데 한 60만원 정도에 사고 팔았을 것이다. 나는 주로 파는 사람에게 돈(수수료)을 받는다. 매매가격의 1/200이나 1/100 정도를 받는 것 같다.”

-중개는 자주 하나?

“한 달에 한 번도 하고 두 번, 세 번도 한다. 8월에는 다섯 번을 해서 재미 좀 봤다.”

-국가에서 단속하지는 않나?

“원래 무배급 시절(90년대 후반 식량난 시절) 이전에는 주택을 사고 파는 일이 없었다. 그냥 국가에서 지정해주면 거기서 살다가, 국가에서 옮기라면 옮기는 식이다. 그런데 재작년부터인가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거기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생기니까 더 좋고 큰 집에 살고 싶은 요구가 생기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집을 새로 짓는 것은 쉽지가 않으니까…. 당 간부 같은 사람이 다른 지방으로 옮겨갈 때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집을 사는 사람들은 당과 국가에도 어느 정도 돈을 써야 한다. 또 웃돈을 얻어주고 좋은 집과 자기집을 맞바꾸는 사람들도 많다.”

-세금을 낸다는 것인가?

“아니다. 세금을 문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뭐 담당자들에게 잘 봐달라는 식으로 돈을 조금 내거나 아니면 국가가 원하는 일을 하나씩 해주면 대충 다 넘어 간다.”

-그런 중개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이게 다 사람을 끼고 하는 일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당 쪽이나 기업소 쪽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읍 단위나 리 단위야 그저 진흙 매질이나 나무로 지은 집들이 많으니까 매매가 없고, 최소한 시급(市級)단위나 로동자구(勞動者區), 도급(道級)단위야 되야 큰집도 있고 매매도 있다. 그러니까 아직 중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떤 주택이 높은 가격을 받나?

“우선 크기가 큼지막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대식 시멘트 집이 인기가 좋다. 여기에 텃밭이 딸린 집이면 더 높은 값을 받는다. 그런데 아파트 같은 것은 인기가 없다. 물사정이나 전기사정이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

현재 북한 장마당의 시장가격은 쌀 1kg에 1천원 정도다. 일반노동자의 월급은 보통 1500원에서 2000원 사이로 알려져 있다.

중국 지린(吉林) = 김영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