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 부부장이 직접 나섰다… “외부와 내통, 反혁명적 행위”

압록강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경비 하전사
지난 3월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얼어붙은 압록강 위에서 얼음을 깨고 물을 긷고 있는 북한 국경경비대원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지역 보위부를 중심으로 주민 통제 및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감시와 신고를 강화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나왔다. 탈북 및 외부와의 통화 등으로 촉발될 수 있는 주민들의 체제 이탈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26일 양강도 혜산시 보천군 보위부 부부장이 직접 주민대상 강연회를 진행했다”며 “외부와의 전화 통화 및 해외에서 돈을 송금받아 쓰는 일을 포함해 불법 도강(渡江)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천군 보위부 부부장은 강연에서 “양강도 혜산시를 비롯해 여러 국경지역에서 외부와 내통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남조선(한국) 및 중국에 있는 친척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돈을 받아 쓰는 행위는 반혁명적 행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표면적으로는 돈을 송금 받거나 통화를 하는 게 문제인 것처럼 지적했지만 실제로는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가 유출되거나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강연의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군(郡) 보위부 부부장은 지역 정보기관의 최고 직급의 간부로, 이 고위 간부가 직접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나서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보위부 부부장이 직접 주민 강연에 나섰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체제이탈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최근 보위지도원들이 주민들의 외부 전화 통화 및 돈을 송금 받는 행위를 묵인해주고 뇌물을 요구하는 일이 증가하자 보위지도원들을 관리하는 최고 간부로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한, 탈북민 송금에 ‘받아쓰라’… “처벌 대신 뇌물 요구”)

실제로 이 간부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이 부부장은 강연회에서 “다른 곳에서 몰래 들어온 외부 인원들을 며칠씩 집에 숨겨주고 있다가 중국에 보내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외부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는 것.

이어 그는 “최근 19세 청소년들이 중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도강(渡江)했다가 석 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 것을 앞집 사람이 보고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신고자의 충성심을 치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은 한 두 명의 법관보다 대중의 눈을 더 두려워한다”며 “주민들 모두가 혁명적 경각성을 높여 앞으로 신고 폭포가 쏟아지게 하자”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불법 도강에 대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신고를 주문한 것은 탈북이나 도강을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30일 ‘량심(양심)은 인간의 도덕적 풍모를 규정하는 척도’라는 기사에서 “오늘 우리 당은 온 사회에 혁명적이고 건전한 도덕 기풍이 국풍으로 되도록 할 데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며 “반당적이고 반혁명적 행위에 대해서는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주민에 대한 체제 이탈 가능성을 경계하고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