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도 줄고 시장화에도 뒤처진 北 일부 핵심계층

강력한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항일혁명열사 후손과 공화국 영웅 수여자 등 핵심계층에 대한 중앙 배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제 충성분자들의 민심 이반과 일반 주민들의 충성도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항일혁명열사 자손 중 한 주민이 이달 배급량을 절반밖에 못 탔다고 한다”면서 “또한 따로 나가 사는 자식들의 몫은 잘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소식통도 “항일에 큰 공을 세웠다는 한 주민은 지난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에 배급 20일분과 콩나물 300g, 기름 1병, 술 1병, 설탕가루 500g, 간식 500g을 탔는데 이달은 아직까지 받은 게 없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항일열사 후손 등 핵심계층들의 후손까지 배급을 공급하라는 방침이다. 때문에 일반 주민은 배급을 받지 못할 때에도 이들은 상당량을 챙겨, 비교적 잘 살았다.

하지만 제재가 길게 이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국이 국고 고갈을 우려해 배급 책임을 지방에 전가했고, 뾰족한 재정 확보 수단이 없는 지방 당국은 이들을 자연스럽게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핵심분자 공급물자는 국가가 어렵지 않을 땐 도당(道黨)에서 직접 책임졌었는데, 지금은 시(市), 군(郡)에서 자체로 보장하게 되어있다”면서 “시, 군들은 경제조건에 맞게 처리하는데, 군의 실정에 맞게 인원수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급이 줄어든 핵심계층은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 나라 위신이 서느냐’는 불만을 표시한다”면서 “또한 지금은 어렵지만 ‘북남(남북)회담이 잘 되었으니 경제가 풀리게 될 것이고 곧 정상적인 공급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물론 핵심계층에 속한 대다수가 권력을 통해 부(富)를 축적했지만, 정상적인 공급만 바라보다 가난해진 경우도 있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백두산 줄기도 별 게 없다” “사회주의가 끝난지도 모르는 바보들”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핵심계층의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인민위원회 책임부원도 “장사해서 살아가는 일반 주민보다 더 째지게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 “당에서 좋은 직업만 골라주고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건만 왜 저 모양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들이 못사는 원인은 나라가 보살펴줄 것만 바라고 장사도 안 하고 편하게 살아오다보니 스스로 무능력해진 까닭”이라면서 “이들을 바라보면서 ‘20여 년 배급 못 타도 죽기내기로 장사해서 잘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능력자’라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처럼 북한식 사회주의는 배급체계의 붕괴에서도 드러나듯 철저히 붕괴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배급으로 호의호식하던 핵심계층들은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