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이야기는 ‘아이폰’으로 하자”…감시 피하려는 北주민들

손전화기를 구매하고있는 북한 주민들. /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에서 일부 주민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미국 애플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중국 제품은 하도 저쪽(북한 당국)에서 들여다보니까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아이폰은 통보문(문자 메시지)이 안전하다고 알려져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아이폰 대 아이폰으로 서로 통보문을 주고받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제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는 그것(아이폰)을 사용하자’는 말들도 오고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사용자 간에는 ‘iMessage’라는 애플 전용 프로그램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다. 애플이 공개한 ‘iOS Security(iOS 보안정책 문서)’에 따르면 iMessage를 통해 전송되는 문자는 암호화되어 당사자를 제외한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경우엔 암호화가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시장점유율 조사 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북한 운영체제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는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사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OS X 점유율도 약 7.1%였다. 실제 북한 내부에서 애플사의 제품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맥
지난 2013년 3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사진. 좌측(화살표)에 맥(Mac), 맥용 키보드가 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특히 여기엔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3년과 2016년에 노동신문과 기록영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맥(데스크톱)과 맥북 프로(노트북)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버지 김정일도 맥북 프로 유저였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3년 에릭 슈미트 구글 CEO와 함께 북한을 방문한 딸 소피 슈미트는 금수산태양궁전에 김정일 유품으로 15인치 맥북 프로 노트북이 전시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일반 주민들이 마음껏 아이폰을 보유하거나 사용하지는 못한다. 적들의 제품을 사용하면 비사회주의 문화에 물들 수 있다면서 당국이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최근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USA’ 글자가 새겨진 가방을 들었다는 이유로 군인 가족이 단속에 걸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대놓고 사용하지는 못하고 몰래 쓰는 손전화를 아이폰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아이패드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iphone security
아이폰 보안정책 도표(좌), iMessage 암호화 관련 설명(우). / 사진= iOS security 캡처

한편, 미국 애플사에서 제작한 스마트폰인 ‘아이폰’은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폰의 운영체제 iOS는 기기의 부팅, 업데이트 과정의 단계마다 암호화되어 보호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파일은 암호화 돼 있어 외부에서 파일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미국 연방 수사국(FBI)도 테러범이 사용한 아이폰의 암호를 풀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