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남북대화…“김정은, 평화 조성 이미지 노릴 가능성”



남북 연락채널이 23개월 만에 복구된 3일 오후 3시 34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 우리 측 연락관이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판문점 연락채널이 23개월 만에 재가동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회담이 조만간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향후 회담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어떤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바 있는 군사적 긴장의 완화와 관련해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나 비무장지대에서의 상호비방 중지를 평창 동계올림픽의 참가를 위한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연습 종결’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미뤄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는 자리에 군사적인 의제를 들고 나와 협상을 시도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는 4일 데일리NK에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현재 자신들이 처한 국면을 전환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게 분명해 보인다”며 “특히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경제 발전을 위한 하나의 출구로써 남북관계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이 회담에 나올 경우에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요구하거나 비무장지대에서의 긴장조성 행위를 하지 말자는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도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정치·군사적인 문제까지 풀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초반(협상)에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지나 한미공조와 대북제재 수준을 낮추라는 요구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역시 “가장 큰 것(조건)이라고 한다면 북한이 계속 요구해왔던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일 것”이라며 “또 현재 북한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라는 점에서 실제 북한이 이 같은 요구사항을 끝까지 관철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북핵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정치·군사적 의제를 회담에서 최대한 배제하려 할 것이고, 이를 인지하고 있는 북한도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북한의 최대 목표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지만 단지 하나의 목적만 가지고 (회담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지를 개선하는 정도에서 만족할 가능성도 있다”며 “평화 분위기 조성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정도만 해도 김정은으로서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도 “한미훈련 중단 조건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평창올림픽을 대내외 위기 타개책으로 활용하려는 속셈을 가진 북한에 맞서 대응 전략을 촘촘히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핵화 진전 없이 북한의 요구조건을 수용한다면 자칫 한미관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가 어긋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행위자들과 입장을 조율하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경 우리 측이 판문점 연락채널로 북측과 통화해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오후 4시 30분경에는 북측이 우리 측에 전화를 걸어 ‘오늘 업무를 마감하자’고 해 업무가 종료됐다. 또한 북측은 회담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