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꾼-배전부 결탁, 몰래 전기 팔아먹어”

▲ 만성적인 전기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북한에서 카드 입력량만큼 사용하고 전기가 차단되는 장치를 소개했다.ⓒ연합뉴스

평안북도 동림군 주민들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전기세를 절반만 내고 있다. 얼핏 들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만성적인 북한의 전략난과 함께 배전부와 당 일꾼이 결탁해 전기를 비싸게 팔아먹는 횡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북한 가정에서 전구 알 4개와, 텔레비전, 냉동기(냉장고), 녹음기를 사용할 경우 한달 평균 200원의 전기세를 내고 있다. 통상 전기사용량을 3개월 단위로 합산해 600원을 내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 8월부터 다시 전기사정이 악화돼 이 지역은 현재 저녁 10시 30분부터 새벽 5시 30분까지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것도 매일 공급되지 못하고 격일로 공급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지난해 전기사정이 괜찮을 당시에는 농업용 물 공급에 한정해서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다시 오후 5시 30분에서 오후 10시 30분까지 공급했다.

전기사정이 악화된 지난해 수확기에는 탈곡하는 장소만 전기를 공급하고 다른 장소는 전선을 절단해버렸다.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부 일꾼들이 전기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주민들이 항의했지만, 당 일꾼과 보위부원들이 뒤를 봐주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

동림군 주민들은 이 당시 인민반(이 지역은 50 가구 정도로 구성) 단위로 4,000원을 납부하고 전기를 제한적으로 공급받았다. 당 간부나 보위부원은 안정적으로 매일 전기를 공급 받는다.

중국에서 새로운 TV 드라마가 들어가면 주민들은 인민반 단위로 돈을 거둬 배전부에게 뒷돈을 찔러주고 전기를 공급받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 오후 5시 30분에서 10시 30분까지 보름 동안 전기를 공급받는데 가구당 200원, 총 1만원을 낸다.

결국, 사람들이 전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밤 10시 30분부터 5시 30분가지 전기를 공급하는데다 격일로 제공하는 것을 감안해 이 지역은 전기세를 절반만 받는다고 한다. 열악한 북한의 전기사정과 당 기관과 결탁한 배전부의 부정부패 때문에 인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이처럼 절반만 내는 전기세도 내지 못해 인민반장과 실랑이를 하고, 결국 보안소에 끌려가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생활총화나 인민반 회의를 통해 전기세 납부를 독려해 해결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주민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무슨 전기세를 내느냐”면서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보안소로 끌려가 처벌로 협박하고 몇몇은 시범적으로 실제 처벌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기세 미납 현상은 생활고와 함께 느슨해진 주민통제의 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