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경화… 사회주의 성향 인디오 대통령 첫 취임

▲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사회주의 운동가 에보 모랄레스(46)가 볼리비아 첫 인디오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당선 후 약속대로 노타이의 평상복 차림으로 취임 선서를 했다.

수도 라파스의 국회 의사당에서 개최된 취임식에서 모랄레스 신임 대통령은 “지난 500년간 계속된 인디오와 국민대중의 저항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며 “볼리비아 다수 인디오에 대한 지난 수백년 간의 차별과 억압이 종식되었음을 나는 나의 인디오 형제들에게 선언한다”는 격정에 찬 연설로 운집한 인디오 지지자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모랄레스는 코카 재배 농민 출신이다. 어린 시절에는 가난한 양치기 소년이었으며, 청년이 된 후에는 대부분이 코카 재배 농민인 인디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정치에 참여한 뒤에는 야당인 사회주의운동당(MAS)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패배의 쓴 맛을 봐야했다.

볼리비아는 60%의 인디오와 30%의 인디오-에스파냐계 백인 혼혈인 메스티소, 10%의 에스파냐계 백인으로 구성돼 있다. 인디오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 산업과 광업 및 상업 등 주요한 경제 기반은 소수 백인과 메르티소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인디오는 광산 근로자나 코카 재배 농업 그리고 목축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만성적인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대선은 이러한 불균형에 대한 인디오 농민들의 억눌린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모랄레스가 사회주의운동당과 민중 투쟁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면서 제시한 주장들은 대체로 좌파적 성격을 띈다. 실제 모랄레스는 스스로가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주요 정책으로는 마약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 재배 합법화, 천연가스와 석유 산업의 국유화, 토지개혁 그리고 전반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기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코카 재배를 금지하는 미국의 중남미 외교정책에 극렬 반대하거나 신자유주의적 자유 무역 정책이 미국에게만 이익이 되는 정책이라는 등 미국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국제 정책에 있어서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국가 테러리즘’, ‘세계에서 유일한 테러리스트는 부시’ 라며 반미를 주창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자신의 당선은 ‘워싱턴의 악몽’이라며 미국을 조롱하는 여유를 보였다.

백인 정권의 불편부당한 통치에 저항, 억눌린 역사의 복권을 이룬 모랄레스의 성과는 공히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모랄레스의 정책이 진정 볼리비아의 미래에 행복을 가져다 줄지는 부정적이다. 사회주의적 정책 방향이 억눌린 자들의 무기가 되기에는 충분했을지 모르지만 ‘건설’과 ‘통치’의 국가 운영 과정에서마저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