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가 국회의원 됐다고?” 지성호 北고향 주민들 ‘수군수군’

주민들 "출신 성분도 안 좋은데 대의원으로 추대, 남조선 다시 보게 됐다"

지성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지난 1월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 새해 첫 영입 인재로 발탁된 후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꽃제비 출신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국회에 입성한 지 5개월이 흐른 가운데, 그의 고향 함경북도 회령에선 ‘지성호’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 의원의 당선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4월) 회령 주민들은 “세천에서 꽃제비를 치던 지성호가 남조선(한국)에 가서 대의원(우리의 국회의원과 유사)이 됐다는 게 사실이냐”며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 의원이 국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는 주민도 생겨났을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꽃제비가 어떻게 (최고인민회의, 우리의 국회) 대의원이 될 수 있냐. 정말 된 것이라면 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겠냐. 남조선 국회에는 병신(장애인) 몫, 탈북자 몫의 국회의원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는데 그 때문에 지성호가 된 것이라는 등 별의별 말이 다 돌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누구라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민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에서 대의원이 되기 위해선 소위 모범 일꾼이어야 하고 출신 성분도 좋아야 하기 때문에 꽃제비가 대의원이 되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지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만 해도 탈북민 지성호를 아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인권의 실상을 전하면서 지 의원을 소개해 화제가 됐었지만 당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탈북자가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더라’는 소문만 돌았을 뿐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다.

더욱이 북한 당국은 지난 4.15 총선에서 태영호, 지성호 두 명의 탈북민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주민 강연회나 인민반 회의에서 태 의원을 거론하며 비난했지만 지성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괴뢰로 증오했던 한국이 북한 주민을 국회의원으로 영입한 사실에 놀라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꽃제비 출신 탈북자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적인 힘을 받는 분위기”라며 “남조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국회의원 권한이나 특혜보다 지 의원이 받게 될 연봉이라고 한다. “남조선 국회의원이 되면 1년에 10만 달러가 넘는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 그 돈이면 일생을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참 부럽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어 “조선(북한) 대의원이라고 해야 최고인민회의에서 손이나 들었다 내렸다 하는 정도다”면서 “이 때문에 솔직히 주민들은 남조선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지 의원이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에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탈북자 한두 명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통일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탈북자도 남조선에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희망을 느낀 것은 사실”이라며 “탈북자 국회의원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