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생일 맞아 가정집 특별 전기 공급”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생일(12월 24일)을 기념해 이달 19일부터 24일까지 함경북도 무산, 온성, 회령 지역의 일반 가정에도 전력공급이 재개된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북도 무산군에 사는 김영희(가명·38살)씨는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저녁부터 전기를 주기(공급)시작한다”며 “김정숙의 생일을 맞으며 명절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어제 인민반장이 각 가정마다 돌면서 일일이 통보해줬다”면서 “한 세대당 한 개의 전등만 사용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 며칠이라도 밝은 세상에서 밥을 먹게 돼 기쁘다”면서 “그동안 못본 TV와 CD를 보게 되니까 너무 좋다”며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은 올해 들어 전력사정이 더욱 악화돼 가용전력을 정권기관, 군부대, 상시기업소, 농장 탈곡장에 집중 배치하는 대신 중소 도시의 일반가정에는 전력을 거의 공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만성적인 전략난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발전이 수력 형태여서 갈수기(강수량이 적은 시기)에 해당하는 동절기에는 전기 부족이 더욱 심각하다.

동절기에는 해가 짧은 데다 전기까지 끊어져 오후 6시만 넘어서면 불빛 없이 지내야 하는 처지다. 한 조선족 친척방문자는 빛도 없고 열도 없는 북한 땅을 ‘야생동물이 사는 곳’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 중에 그래도 형편이 좋은 집들은 자체 발전설비를 갖추고, 정전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태양열 시설도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최근 전력생산을 높이기 위한 대책과 함께 전력낭비를 막고 전기도둑을 잡기 위해 ‘전력 포고문’까지 발표했다.

‘전기도둑 잡아라’ 포고문까지 발표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11월 소식지에서 “북한인민보안성은 지난 15일 전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거나 전력을 낭비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라는 대(對) 인민 포고문을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지는 “포고는 공화국 영역 안의 모든 기관(무력, 특수기관포함), 기업소, 사회협동단체와 공민에게 적용한다”고 지적해 이번 포고문의 대상이 일반주민과 기관, 기업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이 포고문이 발표된 후 뇌물을 받고 개별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주던 발전, 변전소에서는 개별적인 단위와 가정집들에 대한 전기 공급을 모두 중단했다. 당국은 특히 군부대와 특수기관에 대한 전기공급도 통제와 검열을 강화했다고 한다.

때문에 군부대나 특수기관의 가족들 중 그(군부대, 특수기관) 주변에 살면서 불법으로 전력망에 연결해 전기를 사용하던 세대들은 포고문 발표 이후 모두 전기를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아 TV나 VCD를 관람했던 주민들이 이마저도 차단된 셈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하루 종일 전기가 공급되는 날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 당 창건 기념일, 등 중요 국가 기념일을 맞는 날이다. 1997년부터는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80회 생일을 맞으며 정식 휴일로 정하고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24일 김정숙의 89회 생일을 맞아 기념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생모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김정일에 의한 지시로 해석된다. 전력사정이 긴박해 포고문까지 발표한 북한으로서는 일반 주민에 대한 전기 공급을 지시할 인물은 김정일밖에 없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며칠 동안 허용되는 전력 공급도 최고 권력자의 지시가 있어야만 가능한 나라가 바로 오늘의 북한이다.